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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콘트라베이스의 미덕 

 콘트라베이스 (contrabass). 이태리어 ‘contra’는 옥타브간의 음정대응을 지칭하는 접두사다. 물리학적으로 옥타브는 어느 한 주파수의 배가 될 때 생겨난다. 다시 말해서 어느 한 주파수에 대해 두 배의 주파수를 가진 음정은 한 옥타브가 높은 소리가 되고, 반대로의 주파수를 가진 음정은 한 옥타브가 낮은 소리가 되는 것이다 (피아노 건반으로 보면 12개의 반음차이가 난다).

 여기서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는 옥타브와 상관 있는 악기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악기와 옥타브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까? 정답은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 앞에 위치한 첼로와 옥타브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콘트라베이스는 첼로가 연주하는 음정의 한 옥타브 아래 음정을 중첩하여 연주하게 된다.

 콘트라베이스의 다른 이름이 더블 베이스(double bass)인 이유도 이렇듯 중첩(double)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왜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는 지휘자가 볼 때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을까?



 오른편에 위치할 것인가? 아니면 왼편에 위치할 것인가? 이 문제는 음악심리학적인 이론을 도입하여 필자의 생각대로 설명해보자면 우리 뇌의 우반구와 좌반구의 역할과 연결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뇌의 우반구는 ‘감정’과 ‘언어’를, 좌반구는 ‘논리’와 ‘수리’를 담당한다고 한다.

 이것을 음악에 적용시켜 보자. 음악은 유려한 멜로디와 체계적인 화성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멜로디는 감성적인 우뇌에서 담당하기 좋고 화성은 논리적인 좌뇌와 잘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청각을 감지하는 우리의 귀는 척수(脊髓)라는 신경중추에서 뇌와 연결되는데 흥미롭게도 우측 귀는 좌측 뇌와 연결되고 좌측 귀는 우측 뇌와 서로 교차되어 연결된다. 때문에 계산적인 저음악기는 지휘자의 우측에 위치해야 연주되는 소리가 우측 귀를 통해 좌측 뇌에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의 우측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리학적 근거는 바로 이것이다.

 근 2m의 높다란 키를 가지고 있는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 저음을 담당하는 중요한 악기다. 하지만 그다지 자신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물론 게리 카와 같은 역량있는 독주자도 있고 쿠세비츠키같은 이가 협주곡을 작곡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화려한 스팟라잇 보다는 치열한 경쟁의 삶 속에서 한발짝 물러나 다른 악기에 생명을 더하는 조력자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다. 이러한 고도의 ‘윈-윈(Win-Win)’전략이야말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물의 덕성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또한 ‘좀머씨 이야기’를 통해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며 동양의 노장사상적 면모를 보여준 독일의 작가 파트릭 쥐스킨트의 희곡 ‘콘트라베이스’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이 악기의 실체와 만날 수 있게 된다. 비록 짧은 희곡이지만 소시민적인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독백을 통해 조력하는 삶의 미학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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