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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공짜 반찬은 없다

[LA중앙일보] 발행 2013/11/11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3/11/10 17:32

안유회/경제부장

한인타운의 식당 박대감네가 반찬을 더 주문하면 일부는 돈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놓는 반찬은 따로 돈을 받지 않지만 더 주문할 때에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실험'에 가까운 행동이다. 고객 여론조사를 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실행에 옮기면 더 안전하겠지만 그렇게 해도 낯설음과 거부감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음식점의 사례가 아니라도 반찬의 낭비는 언제가는 손을 대야 할 현실적인 문제다. 반찬 유료화를 둘러싼 찬반 의견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반찬의 가장 큰 문제는 음식을 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시킨 음식이 아니니 입맛에 안 맞으면 손도 대지 않는다. 결국 남은 반찬을 처리하는 방식은 둘 중 하나다. 아깝지만 버리든가, 일부의 의혹대로 재활용하거나.

한식과 양식의 차이를 비교할 때 흔히 이렇게 말한다. 한식은 주문을 간단하게 해도 뭔가 많이 나오고 양식은 뭔가 많이 주문한 것 같은데 나오는 게 간단하다고. 이 차이가 다 반찬에서 나온다.

한식은 내가 먹을 반찬을 내가 고르지 않는다. 식당 주인이 정한다. 김치와 깎두기 같은 고정반찬을 빼면 선택을 업주가 한다. 선택하는 사람을 업주에서 손님으로 바꾸면 버리는 음식이 줄어들 것 같다.

양식엔 개인만 존재하지만 한식에는 개인과 집단, 두 가지 성격이 섞여있다. 메인 메뉴는 개인이 따로 먹고 반찬은 모두 같이 먹는다. 메인 메뉴는 개인 앞에 놓고 반찬은 모두의 영역인 가운데 놓는다. 양식에도 메인 메뉴 전에 나오는 빵을 나눠 먹기는 하지만 한식처럼 함께 먹는 음식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 풍경 자체는 좋다.

문제는 선택권이다. 함께 먹는 음식인 탓에 누구도 고르지 않았기 때문에 낭비가 발생한다. 모두가 함께 먹는 반찬이니 모두가 함께 선택하면 된다. 식당주인이 주는 대로 먹지 말고.

처음엔 주인이 고른 반찬을 주고 그 중 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서야 손님이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반찬을 차림표에 올리고 처음부터 손님이 선택할 수도 있다. 사람 수에 맞게 고를 수 있는 반찬의 가짓수를 정하고 중복 선택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선택하면 덜 버린다.

돈 받는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몇 해 전 LA인근 도시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 일이다. 일식집이었는데 겉보기와는 달리 요리사와 종업원 모두 한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 일행 뿐이었다. 주문이 끝나고 음식이 나왔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미소수프가 빠졌다며 한 그릇씩 달라고 했다.

"우린 돈을 받는데 그래도 주문하실래요."

"미소수프를 돈 받아요?"

"우린 다 받아요. 이래서 우리가 한인타운에서 장사하지 않는 거예요. 한국 분들이니까 그냥 드리긴 하는데 원래 돈 받는다는 건 알아주세요."

종업원이 저만큼 갔을 때 일행 중 누군가 혼잣말이지만 들려도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미소수프 하나 갖고 너무 하네.'

사람 수에 맞춰 미소수프를 갖고 돌아온 종업원이 말했다. "미소수프도 재료 갖고 만들어요."

종업원이 가자 일행의 한 사람이 말했다. "하긴 세상에 공짜가 없지."

반찬 유료화의 최대 난제는 돈값을 하느냐의 문제다. 전통이나 인정, 음식 쓰레기 줄이기 등 명분이 좋아도 돈값을 못 하면 성공하지 못 할 것이다. 손님은 돈값을 하는 반찬에는 돈을 내자는 생각을 해야 하고 식당은 돈을 받으면서 재활용 의혹같은 걸 사면 안 된다. 그 때 일행의 말처럼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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