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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이른바 음악애호가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남달리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하드웨어(hardware)나 소프트웨어(software)라고 하면 본래 컴퓨터에서 유래한 용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하드웨어는 본체나 키보드, 모니터 등 기계 자체를 일컫게 되고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기계상에서 운용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이나 응용 패키지 등의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이 용어를 음악 감상에 적용해보면 전자는 앰프나 리시버 등 음향기기를, 후자는 CD나 테이프 등 음반매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므로 하드웨어형 음악애호가란 출력이 크고 음질 재생 능력이 뛰어난 음향기기를 좆는 부류라 할 수 있다. 고충실도(high fidelity)를 위해서라면 거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데 이는 바이올린 주자가 악기 음질의 향상을 위해 고가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선택하는 경우와도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동시에 몇가지 딜레마도 존재한다. 그 첫번째는 ‘제논의 딜레마’다. 마라톤의 영웅 아킬레스가 아무리 거북이를 잡으려해도 결코 잡을 수 없다는 그리이스 소피스트의 궤변이 실제 연주의 재생기기 측면에 오면 진리로 변한다. 물론 요즘은 간단한 파형조작을 통해 실제 연주보다도 더 좋은 음질을 창출할 수도 있겠으나 플라톤이 주장하는 이데아의 원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좋은 음향이라도 재생음이 원래의 연주음을 따라 갈 수 없다는 부등호의 법칙이 생기는 것이다.



 두번째는 ‘로그의 딜레마’다. 이 법칙은 음질의 향상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음질을 두배 향상시키고자 할때 비용이 정확히 두배만 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때로는 열배의 비용이 투입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밑을 10으로 하는 상용로그 수식이 적용된다. 결국 음향의 산술적인 업그레이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더더욱 큰 딜레마는 음질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데에 있다. 만약 커튼을 쳐놓고 두대의 음향기기를 브라인드 테스트 한다고 할때에 의견이 청취자마다 제 각각인 경우가 있고 때에 따라서는 ‘싸구려’기기쪽으로 중지가 모아지는 경우까지 생긴다. 믿었던 음질과 비용의 비례관계가 깨지고 마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형 음악애호가란 개별곡에 대해 여러장의 음반을 가지고 있으면서 연주 스타일을 비교하는 부류다. 흔히 어느 한 음반을 레퍼런스로 하여 다른 음반과 그 차이를 비교하고 때로는 그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적당한 비평은 피드백을 통해 연주자에게 자극이 되고 또한 연주력의 향상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애호가간에 주관적인 평가가 서로 극명히 나눠져 언쟁이 오가고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연주자의 스타일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행위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해서 적어도 공식 레이블을 통해 취입한 음반에 대해 평가를 내려야할때는 기본적으로 연주자의 해석에 가치를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평가의 객관성과 이성적인 판단이 보다 많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하드웨어형과 소프트웨어형 음악애호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필자가 제시하고자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애호가는 노우웨어형이다. 노우웨어형 음악가는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첫번째 의미는 ‘noware’, 즉 좋은 기기나 여러장의 음반을 추구하기 보다는 음악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집착하지 않는 부류이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두가지 가치(소유냐 존재냐)중 존재쪽에 무게를 두는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노우웨어의 의미는 ‘know where’이다. 일단 존재에 무게를 두었다고 했을때 그것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미국에는 도서관이 훌륭하기 때문에 굳이 개인이 소유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존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대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이 경우 고전음악을 향유하는데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다만 음악을 사랑하려는 마음, 그것으로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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