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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울타리 밖을 보지 않는 한인교계

장열/기획특집부 기자·종교담당

요즘 한인교계가 바쁘다.

최근 한인교회들이 성전환자 학생이 성별 구분없이 화장실 및 샤워룸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AB 1266)을 저지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일명 '트랜스젠더 학생 존중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오는 2014년 1월부터 발효되는데, 시간적 긴박함을 느껴서인지 대부분의 한인교회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한인교계의 열심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반면 매번 냄비 끓듯 달아오르는 집단적 행동은 아쉬움을 남긴다. 눈에 보이거나 체감되는 이슈가 터져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교계의 행동 패턴은 매번 같아서다.



지금은 AB1266과 같은 이슈에 대해 교회가 기독교적 가치만 들이밀면서 무작정 반대 목소리만 높일 상황이 아니다. 오늘날 시대적 상황은 교회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미 미국내 주들에서 하나 둘씩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있고, 연방대법원은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법(DOMA)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상태다.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그룹에 대한 인식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다소 보수적 성향이 강한 한인사회, 한인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봐야 한다. 실제 주류사회나 젊은층에서는 이미 LGBT에 대한 열린 인식이 상당히 자연스레 자리잡은 상태다. 그런데 교계는 여전히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구식 대응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평소 한인교계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실질적 대응 방안을 세우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실 한인교계는 LGBT 이슈를 비롯한 각종 논란에 대해 미국교계와 수시로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LGBT 이슈를 사회 또는 정치적으로 다루는 단체에 대한 지원이나 협력도 없다. 게다가 한인교계는 이런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각종 기도회나 집회 등을 통해 LGBT 이슈에 대한 반대여론을 결속시키는 데만 급급했다.

기독교의 가치로 LGBT 이슈 자체를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사회적으로 한 계층을 이루고 있는 그들을 품으면서 각종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교회의 현실은 기독교가 소유한 성경적 기준을 그들을 배척하는 도구로만 사용할 뿐이지, 사랑의 가치로 성소수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사실상 찾아볼 수 없다.

LGBT 이슈는 성경뿐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등 총체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 복잡한 이슈다. 평소 생각 없이 있다가 이슈가 터지고 나니까 긴박한 마음에 무작정 성경적 기준만 제시하고 이를 영적 전쟁 또는 성경적 가치가 무너지는 말세라며 늘어놓는 기독교적 넋두리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다.

앞으로 더 많은 LGBT 이슈들이 곳곳에서 터질 수 있다. 그때마다 교회가 당황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LGBT 이슈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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