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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모차르트의 레퀴엠

 요즘 우리는 유난히 많은 불의 재난과 맞닥드리고 있다. 텍사스 하늘에서 우주선이 불에 타는가 하면 대구의 땅아래에서 지하철이 불에 휩싸였고 뉴욕의 바다에서는 유조선이 폭발했다. 시카고와 로드아일랜드에서는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피해는 여기서 그칠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만약 요즘처럼 빈번한 천재지변이나 혹은 테러리스트의 표적이라도 되는 날에는 우리의 목숨도 결코 안전할 수 만은 없다.

 그런데 인간이 이렇듯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 죽음 후에 다시올 세계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만물을 주재하는 절대자에게 의탁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는 천상에서의 편안한 안식을 빌게 된다.

 특별히 가톨릭에서는 위령미사라는 의식이 있어 장례식이나 몇 주기, 혹은 일상적인 때에 돌아가신 이를 기리게 되는데 흔히 ‘레퀴엠(Requiem)’으로 알려져 있다. 레퀴엠이란 본래 라틴어로 ‘안식’이란 뜻이다. 사제단이 성당안으로 입장하면서 망자에게 영원한 안식을 비는 경문의 첫 단어인 것이다.



 이 전례의식을 바탕으로 유명한 작곡가들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 베르디, 브람스, 빅토리아, 케루비니, 포레, 뒤뤼플레 등의 작품을 들 수 있다. 특히 모차르트 레퀴엠이 유명한데 세기의 지휘자 카라얀의 장례미사에도 이곡이 쓰였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 성당에서 연주되기에는 너무 대작이라 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당시 아마추어로 작곡을 하던 발제크 백작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가 일찍 사망한 관계로 기일을 맞아 레퀴엠을 헌정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자작을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작품이라 모차르트에게 부탁하기에 이른다. 의뢰를 받을 당시 모차르트는 이미 자신의 몸 상태가 안좋다는 것을 깨닳고 이 작품을 자신의 레퀴엠으로 생각해서 진지하게 써내려간다.

 그러나 결국 곡을 완성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눈물을 훌쩍거리며 라크리모사의 8마디를 써내려가다가 오히려 주변사람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완성시키지 못했고 또한 자신도 공동묘지의 어느 한 구석에 이름도 없이 묻혀 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완성된 형태의 곡이 존재하는 이유는 계약위반으로 금전적인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미망인 콘스탄체의 노력때문이었다. 그녀는 제자인 쥐스마이어에게 부탁하여 모차르트가 남긴 스케치를 바탕으로 곡을 완성하게끔 했다.

 모차르트의 종교곡은 대개 가볍고 (엑술타테 유빌라테) 혹은 짧은 (콜로레도 주교하에서의 미사곡들)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에 비해서 자신의 부인과 약속했던 대미사나 자신의 죽음을 예비한 이 레퀴엠에서는 엄숙한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신이 내려준 천재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결국 그에게도 생체의 시계는 존재했고 35년간의 짧은 생애를 마감해야 했다.

 오늘은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의 의미를 돌이켜보며 칼뵘이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어보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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