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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정치하려면 사제복 벗어라

[LA중앙일보] 발행 2013/11/2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3/11/25 17:31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신문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 미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미사 중에 박창신 원로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언급하면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이라는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가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이 쏴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인데 한국 천주교에 이런 정치적 사제단이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이 단체는 주교의 허락, 즉 교회의 허락을 받지 못한 단체라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단체 이름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으로 돼 있어 마치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교회가 인준하는 단체처럼 세상을 혼동시키고 있다.

웹사이트에는 단체와 관련됐던 사건과 사진들이 올려져 있었다.

예수의 십자가가 걸려있는 제대에 서서 미사를 하는 신부들의 모습은 중생을 위해 경건한 제사를 드리는 수도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의 제목이 정치적인 것이라면, 그 사제단에 속한 신부들은 신자들을 기만하지 말고 제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또 미사 중의 강론은 성서에 준한, 신자들의 영적 자산을 위한 것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의 것도 필요없다. 신자들은 영적인 갈구를 채우기 위해서 교회를 찾는다.

신부의 개인적인 정치이념을 들으러 성당에 가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견해는 평신도인 그들도 갖고 있고, 정보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충분히 접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모든 천주교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신성한 제대에 서서 그런 강론을 하는 것은 제대에 대한 모욕이고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의 희생자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박창신 신부와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신부들에게 말한다. 그런 강론이 하고 싶으면 신부복을 벗고, 제대에서 내려와서 하라. 웹사이트에는 사제복을 입고 길거리 행진을 하는 모습의 사진들도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다. 이런 신부들에게 로만 칼라와 사제복을 벗은 후에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위한 길거리 행진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천주교의 가르침은 자선과 동시에 사회정의에 관여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회정의를 위한 활동은 정치적 싸움과는 목표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다. '자선'이라는 한 발은 '정의'라는 다른 발이 있어야 제대로 걷는다. 그렇지만 이것은 '정치적'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한국에는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있다. 또 신자들을 보호하다가 순교한 신부, 수녀들이 있다. 가까이는 한국전쟁 때 순교한 파란 눈의 백인 신부, 수녀, 수사들을 기억해 보자. 대다수가 20대, 30대의 젊은 나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져진 한국의 천주교다. 신도들의 영적인 자산이 되어야 할 신부가 신자들을 기만하고 신성한 제대 앞에서 개인적인 정치성향을 망발해도 되는 사회, 그런 단체를 눈 감아주는 한국 천주교회는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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