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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산책]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올 겨울에는 워싱턴 지역에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집안에 머무를 시간이 많았다. 오랜만에 여러가지 일들을 진득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진 셈이었다. 또한 최근 몇년간 여름이면 겪어온 극심한 가뭄현상을 해갈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부정적인 문제도 많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개의 중요한 연주회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바흐의 칸타타와 미국 현대작곡가의 예술가곡 작품을 연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리허설의 보람도 없이 폭설속에 묻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기후현상은 단지 폭설에 그치치 않았다. 온도가 올라가고 비가 내리자 그동안 쌓였던 눈이 같이 녹아내려 이번에는 홍수를 걱정할 판이 됐다. 다행히 홍수와 관련해서는 큰 사고가 없었지만 앞으로 하얗게 쌓인 눈을 더 이상 낭만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유럽의 일부 지역 (예를 들어 루마니아)에서는 눈자체 보다도 그것이 녹아내리는 봄에 더욱 걱정이 많아진다고 한다.

 이러한 봄에 오는 홍수는 슈베르트의 악상을 자극했다. 그의 대표작 ‘겨울나그네 (Winterreise)’중 제 6곡이 바로 봄 홍수를 그린 ‘홍수 (Wasserflut)’라는 작품이다. 일부 교과서에는 제목을 의역하여 ‘넘치는 눈물’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한 실연당한 젊은이의 눈물이 눈을 녹여 큰 강물을 이루고 마침내 연인의 집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총 24곡으로 구성된 겨울나그네 (독일어 본 제목은 ‘겨울여행’이 된다)의 전체적인 내용역시 실연당한 젊은이가 혹독한 눈보라속에서 정처없이 방황하는 내용이다.특히 마지막 곡 ‘길거리 악사’의 가사를 번역해보면 얼음이 언 땅위를 맨발로 딛어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이 시각적으로 전이된다. 또한 제 15곡에서 까마귀는 나그네의 머리 위를 맴돌며 나그네가 죽어 먹이가 되기만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다분히 감상(感傷)적인 내용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슬픔속에서 예술의 진한 맛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카타르시스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현상황과 일치되는 동질의 음악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일으킨다고 말한 것과 괘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많이 듣는 대중가요도 발라드나 댄스곡 혹은 트로트에 있어서 대부분이 ‘실연’을 주제로 하고있다는 점,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체 패러다임이 뽀족하게 대두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실연’이란 주제야 말로 동서고금의 예술에 있어 영원한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에 겨울나그네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애호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하면 누구보다도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1925년 베를린생으로 독일예술가곡을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탐구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겨울나그네의 경우 피아니스트를 바꾸어가면서 (제럴드 무어, 외르그 데무스, 다니엘 바렌보임, 머레이 페라이어, 알프레드 브렌델, 헤르타 클루스트, 클라우스 빌링) 다채로운 디스코그라피를 자랑하고 있다. 그가 부르는 겨울나그네를 들으면 그 어떤 성악가보다도 시와 음악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하여 가사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나그네의 고뇌와 번민이 감상자의 귀속으로 절절히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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