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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음공해가 돼버린 일본식 인사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이랏샤이마세~.'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받은 환영인사가 너무 요란해 흠칫 놀랐다. 어서오라는 말을 꼭 저렇게 야단스럽게 해야 하나 했지만 문화의 차이인가 보다 하고 잊으려는 순간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주방에 대고 외친다. "오빠 여기 런치 2번." 알고보니 주인부터 주방장, 종업원 모두 우리말과 영어가 유창한 한인들. 그러나 손님이 들어올 때 마다 '이랏샤이마세' 외침은 어김없이 반복됐고 틈이 생길 때마다 종업원들은 한국말을 주고 받았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LA인근의 한 일식집에 갔는데 일본말로 인사를 하기에 당연히 주인이 일본인이구나 했다가 초고추장이 필요하냐고 물어 그제서야 한인이 운영하는 곳인 줄 알았다. 진작 알았으면 처음부터 초고추장에 찍은 회 맛도 보고 장국도 양만큼 시켜 먹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에 뒤늦게 아는 척을 해 준 주인이 살짝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식당 분위기를 위해 일본어 간판을 걸고 일본풍의 인테리어를 하는 건 충분히 이해되지만 굳이 인사까지 일본식으로 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왜 꼭 큰소리를 내야 하는 건지….



얼마전 꽤 유명한 일본 구이집에 갔다가 종업원들이 하도 소리를 질러대 질색을 하고 나온 경험이 있다. 한시간 가까이 줄까지 서서 기다려 들어갔는데 음식을 먹는 내내 도저히 마음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종업원들은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이랏샤이마세'를 외쳐대는 것도 모자라 손님들이 건배를 하려는 순간을 귀신같이 알아채 매니저가 몇번 테이블 '간빠이(건배)!' 하면 일을 하던 종업원들이 순간 멈춰 서서 복창을 했다. 작은 테이블이 열개 남짓됐고 바도 손님들로 꽉 차 있어서 거의 2~3분 간격으로 '이랏샤이마세'와 '간빠이' 소리를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들어줘야 했다.

기계가 내는 소리였으면 좀 줄여 달라고 했겠지만 사람이 내는 소리에 제발 조용히 좀 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같이 간 지인과 술잔 한번 부딪쳤다가 식겁하고 대화는 커녕 음식이 어디로 들어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빠져 앞에 놓인 접시를 다 비우지도 못하고 나왔다. 친절함의 표현이었겠지만 계속 듣고 있으려니 제발 빨리 나가라는 것처럼 들려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몇년 전 일본에 갔을 때 식당 뿐 아니라 상점에 들어설 때마다 큰 소리로 하는 인사를 받았던 걸 기억하면 손님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인사법은 일본 문화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이 살짝 고개를 숙여 하는 인사를 친절함의 표시로 생각하고 미국이 생긋 웃으며 가볍게 하는 인사가 친근함을 준다고 여긴다면 일본은 큰소리로 하는 인사를 상대방에 대한 반가움의 표시로 중시하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문화의 차이이니 어떤 인사법이 맞고 틀리다를 가를 수도 어느쪽이 더 친절한지도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무턱대고 수용하기 보다는 개인이 습득하고 장소에 맞는 문화를 따르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한인들의 손맛이 만들어낸 일식이 더 푸짐하고 맛있지만 일본어 인사는 어딘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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