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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텍사스 대디의 역사 '테러'

김동필 / 사회부장

LA한인타운에서도 가까운 '관용의 박물관(Museum of Tolerance)'은 유대인의 아픈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1993년 문을 연 이 박물관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관련 자료 등이 잘 전시돼 있다. 매년 LA지역 학생 등 수십만명이 찾고 있어 누적 방문자 수도 5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이젠 명소가 됐다. 한인사회는 그나마 있던 이민사 유적마저 하나 둘 사라지는 상황이라 부러운 일이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박물관의 설립 목적과 운영 방침이다. 박물관측은 '어떤 형태의 증오와 대량학살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과거를 기억하는 것 뿐만 아니라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증오와 편견의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배우자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논란 거리를 만든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 나열이 역사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어떤 시각에서 과거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대학 다닐 때 해방이후 한국현대사를 다룬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책을 몰래 읽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금서목록'이 있었고 이 책도 포함됐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불온서적' 리스트에 포함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군사정권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학교에서 배워던 것과는 너무 달라 다소 충격이었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의 연장선상이다.

이처럼 관점의 차이만 존재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공동 연구작업을 하든 격렬한 토론을 벌이든 거리를 좁힐 가능성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곡이다. 과거에 있지도 않았던 것을 있었다고 하거나, 있었던 사실을 없었다고 무조건 우겨대면 대책이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가 이런 행태들이다.

그런데 왜곡이 던지는 메시지가 진실보다 강렬할 때가 있다. 더욱이 특정 국가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역사가 가공될 경우에는 더하다. 속이 보이는 뻔한 왜곡에도 맹목적인 추종자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얼토당토않은 궤변에도 쉽게 세뇌되는 것이다.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한 '텍사스 대디'라는 인물도 이런 부류가 아닐까 싶다. '위안부는 없었다'는 그의 말은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옮긴 것에 불과하다.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쉽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외면한 것이다. 텍사스 주 댈러스에 산다는 그가 어떤 연유로 일본 극우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나섰는지도 의문이다.

'우기면 무승부'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견이 발생했을 때 어느 한 쪽이 계속 억지를 부려 결론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위안부나 독도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전략도 '일단 우기고 보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찌됐건 한국정부가 상대해야 할 상대다. 매번 억지를 쓰는 상대에게 '조용한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 굳이 맞대응하기 싫다면 한차원 높은 수를 생각해야 한다. 유대인의 역사를 소재로 했지만 이를 '관용과 인권'이라는 보편성으로 승화시킨 '관용의 박물관'에서 한 수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텍사스 대디'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단순한 미국인' 나타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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