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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비발디의 사계-봄

 어느덧 완연한 봄이 됐다. 거리에는 봄의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체감상의 봄은 왔는데, 그렇다면 봄은 정확히 언제인가? 실제로는 기상학적인 봄과 천문학적인 봄이 따로 존재한다고 한다. 기상학적으로는 흔히 3, 4, 5월을 봄이라고 부르지만, 천문학적으로 볼때는 태양이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점을 지나가는 시기(3월 21일경)를 봄이라고 한다.

 봄과 관련되는 음악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비발디의 사계중에 봄을 떠올리게 된다. 본디 이 작품은 그가 작곡한 1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Op.8 ‘화성과 창의의 시도’중 첫번째 곡에 해당한다. 비발디가 작곡한 400여곡의 협주곡중에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봄’은, 초록빛을 연상시키는 E장조에,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 구성으로 즐거이 전개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소네트(sonnet)라고 하는 시를 바탕으로 작곡되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네트는 소곡(小曲) 또는 14행시(4/4/3/3)라고 번역하며 13세기 이탈리아의 민요에서 파생된 것으로 단테나 페트라르카 등에 의하여 완성되었고 르네상스시대에는 널리 유럽 전역에 유포된 장르다. 내용적으로는 서곡, 전개, 새로운 시상(詩想)의 도입, 종합결말이라는 기승전결(起承轉結)방식을 지니고 있다.



 ‘봄’에 쓰인 소네트는 아마도 작곡자인 비발디 자신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본래의 이태리어를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봄의 시기가 우리에게 왔도다.
 새들은 노래로 새봄을 축하하고
 졸졸거리며 흘러가는 시냇물은
 미풍에 의해 다정히 감싸진다.
 
 봄의 사자인 뇌우는 으르렁거리며
 하늘을 어둡게 가리고 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조용해지면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잇는다.
 
 꽃들은 초원 여기저기에 피어있고,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들은 한들거리며,
 염소치기는 그의 충견옆에서 춘곤에 빠진다.
 
 목가적인 백파이프의 화려한 음악에 맞춰,
 요정과 목동은 즐거이 춤을 추네
 봄날의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위의 가사와 어우러진 첫번째 악장은 알레그로로 시작한다. 첫머리의 총주는 “봄의 시기가 우리에게 왔도다”란 소네트가 적혀 있는데 두 개의 동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어 나오는 제1의 독주에는 ‘새의 노래’라 적혀있고 독주 바이올린과 반주부의 제1, 제2 바이올린도 독주악기가 되어 세 악기의 독주가 새들의 지저귐을 모방한다. 제3의 독주에서는 “봄의 사자인 뇌우는 으르렁거리며 하늘을 어둡게 가리고 있다”로 천둥을 묘사하는 낮은 음의 총주와 번갯불을 나타내는 높은 음의 독주 바이올린이 격렬하게 교차된다.

 천둥과 번개가 가라앉고 나서 제4의 총주 뒤에 독주에 의해 “그리고 나서 그들이 조용해지면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잇는다”란 부분이 묘사된다.

 제2악장은 라르고로 느리게 흘러가며 “꽃들은 초원 여기저기에 피어있고,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들은 한들거리며, 염소치기는 그의 충견옆에서 춘곤에 빠진다”란 한가로운 목가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두도막형식의 악장이다.

 마지막 제3악장은 네 번의 총주 사이에 세 번의 독주가 삽입되어 있는 리토르넬로 형식의 악장이다. 특히 첫번 총주는 “목가적인 백파이프의 화려한 음악에 맞춰, 요정과 목동은 즐거이 춤을 추네, 봄날의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란 소네트에 의한 것이다.

 이렇듯 아름답게 봄날을 묘사한 비발디의 협주곡을 이태리의 유명한 악단인 이무지치나 최근에 지휘까지 겸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로 들어보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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