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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보수를 '하는' 사람들 진보를 '하는' 사람들

김완신/논설실장

신문의 오피니언 면은 필자나 독자들의 관심과 주장이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지면이다. 올 한해를 돌아보면 다양한 글들이 오피니언 지면을 장식했다. 미국과 관련된 내용도 많았지만 한국의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글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글은 크게 보수와 진보로 갈린다. 지면에 양측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보수성향의 칼럼이 게재되면 '진보적인' 독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구시대적이고 편향된 시각이라고 깎아내린다. 진보성향의 칼럼이 게재되면 '보수적인' 독자로부터 '역시' 전화가 온다.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불온한 견해로 몰아붙인다.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 뜨겁다. 특히 올해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역사 교과서 문제 이석기 의원 재판 등으로 한국의 보수.진보간 갈등이 커지면서 미주한인들의 관심도 높았다.

보수와 진보라고 하지만 이를 한국적 상황에 대입하면 여당의 편에 서면 보수고 야당의 편을 들면 진보다. 보수=여당 진보=야당의 도식은 무지하고 단순한 분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소속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에 맹목적으로 복종한다. 보수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치고 진보의 구호에 한 목소리를 낸다. 정치인들은 소속당에 반하는 개인적 신념이나 소신을 내세울 수가 없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유연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도 공화는 보수를 민주는 진보를 표방하지만 이는 큰 틀에서의 구분이고 의원 각자의 신념은 다를 수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당파나 이념 보다 애국심을 강조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도 다수 부시의 결정에 동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건강보험개혁도 오바마 대통령이 앞장선 사안이지만 민주당 의원 중에서 당당히 반대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일제식민지와 해방기 한국전쟁 독재정권 남북분단 상황 등 한국은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대사를 경험했다. 보수는 기득권 세력을 주축으로 이어져 대중적 기반이 약하고 진보는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전투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보수와 진보는 극단에서 타협을 모르고 대립을 계속했다. 정치 뿐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심지어 종교와 교육에서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국가를 이분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엄밀한 의미에서 상반된 이념은 아니다. 보수는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규율과 절제를 강조한다. 진보는 사회개혁을 추구하고 정의와 평등을 강조한다.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보완적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 혁명기에 탄생한 보수와 진보의 사상은 인류 발전의 두 축이었다.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체제 개혁을 원하는 세력간의 견제와 협력을 기록한 것이 바로 역사다. 보수가 '머리' 라며 진보는 '가슴'이다. 가슴 없는 머리가 존재할 수 없고 머리 없는 가슴도 의미가 없다.

인간은 사회의 변혁에 대한 가치관과 삶을 추구하는 방식에 있어 각자의 신념을 갖는다. 이러한 신념들이 집단으로 표출된 것이 이념이다. 이념이 균형과 이성에 기반할 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맹신이 되면 위험해진다. 더욱이 맹신이 집단차원에서 발호되면 국가와 사회의 근간까지 분열시키는 파괴력을 갖는다.

협력하고 상생하는 보수.진보의 정신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지금 한국에는 이념에 갇혀 싸움만 일삼는 보수를 '하는' 사람들과 진보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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