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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라

구혜영/사회부 기자

최근 '어바웃 타임(About Time)'이란 영화를 봤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게 큰 틀이다. 그는 스쳐 지나갔던 한 여자와의 만남을 되살리기 위해 수시로 과거로 돌아간다. 결국 팀은 '모태솔로(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성교제를 해 본적 없는 사람을 뜻함)'란 굴레를 벗어나 결혼에 성공, 자녀 셋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아주 가끔 가족이 위험에 빠진 경우를 제외하곤 시간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내가 팀이라면…'이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가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능력이 아까웠다. 조금만 머리를 썼다면 그는 정원 달린 주택에 살고, 더 좋은 자동차를 탈 수 있었을 것이다. 미리 입수한 시험 모범 답안지를 달달 외워 좋은 성적을 얻고, 직장 상사의 취향을 파악해 처세술로 높은 자리에 앉고, 대박 날 주식이나 상품에 투자해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시간여행 능력은 유전적인 것이라 영원히 사라질 염려도 없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팀도 딱 한 번 아버지에게 왜 시간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지 묻는다. 아버지의 대답은 이렇다. "모두 이 시간을 태어나 처음으로 살아가고 있어.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멋진 여행을 반복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눈 오던 17살의 겨울밤, 주위의 모든 것들을 '어리석고 꽉 막혔다'라고 생각하는(?) 사춘기답게 운전 중인 엄마와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모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날 태어나 처음 뺨을 맞았다. 그 순간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러게 잘 키워보지 그랬어? 엄마라면 그래야 하는 것 아니야?"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많이 당황했을 것 같다.

며칠 전엔 같은 부서의 원용석 기자와 '시간과 후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야근 중이었던 터에 원 기자가 "뭐? 왜? 언제? 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며 큰 소리를 냈던 게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는 그동안 만나려고 생각만 했던,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던 한 사람이 급작스레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길 반복했다. "충분히 만날 시간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던 그는 "나중엔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돌아간다고 해도 또다시 후회할 거다. 하나를 되돌리려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것들을 손봐야하는데, 그건 능력밖의 일이다. 시간은 세상에 있는 얼마 안 되는 공평한 기준이다. 누구나 오늘을 처음 살아본다. 오늘이었던 어제를 후회하지 않도록 하려면 해야할 말은 꼭하고 지나가야 한다.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싫으면 싫다고. 그것조차 안 하면 멀쩡하게 보이는 거짓과 허울, 위선과 체면 속에 후회할 자격마저도 잃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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