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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구글과 애플의 통근버스를 막아선 그들

안유회·경제부장

지난 17일 오전 북가주 오클랜드에서 시위대가 두 대의 구글 통근버스를 막았다. 버스 앞에 세워진 픽업 트럭 뒤에서는 한 시위자가 확성기로 외쳤다.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우리의 목소리를 지배계층이 듣기 바란다." 시위대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 샌프란시스코를'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고 '샌프란시스코: 두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뿌렸다. 같은 날 애플의 통근 버스도 시위대의 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에서 버스 한 대의 유리창이 깨졌다. 이런 시위는 이달 초에도 있었지만 기물 파손은 처음이었다. 부는 존경받고 시위에서 재산파괴 행위를 찾아보기 어려운 나라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올 한 해 내내 경제의 핵심 중 하나는 언제 양적완화가 축소되느냐는 것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위기에 빠진 경제를 돈을 풀어 해결하겠다는 양적완화는 변칙적인 방법이어서 처음부터 한시적인 정책이었다. 문제는 언제 끝내느냐는 것인데 한 번에 끝낼 수는 없고 우선 풀리는 돈의 양을 줄이는 양적완화 축소를 놓고 고민이 계속됐다.

해를 넘길 것같던 양적완화 축소는 결국 올해 결정됐다. 곧바로 나온 3분기 국내총생산(GDP) 4.1% 성장 기록은 이런 결정을 뒷받침해주었다. 2년 만의 최대 성장폭에 2분기의 2.5%를 크게 웃도는 괄목한 성장이었다.



하지만 정말 경기가 풀렸느냐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돈이 풀렸다는 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간 것이냐"는 물음이나 "경제지표는 좋아졌다는데 나는 왜 이러냐"는 말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반면 "내가 가는 식당은 다 잘 되는데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왜 나오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왜 체감 경기가 춥게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한 은행계 인사는 "경쟁이 심해져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경쟁이 심해지는 것도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가게가 많아져도 경쟁이 심해지고 손님이 줄어도 경쟁이 심해진다. 지금은 아마도 손님이 줄어서 경쟁이 심해졌을 것이다. 또 손님들은 좋은 집으로 몰리니 되는 집만 되는 것이 아닐까.

양적완화 축소가 올 해 안에 결정난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이 중간층 이하로 내려온 것 같지 않다. 자바에 밝은 한 인사는 자바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엔 자바가 오뚜기 모양이었다. 위에 잘 나가는 회사가, 중간에 탄탄한 회사가, 아래에 힘들게 버티는 회사가 있었다. 지금은 중간의 탄탄한 회사가 줄고 있다. 잘 나가는 회사와 버티는 회사 두 개만 남았다."

비즈니스 뿐 아니라 개인도 그렇다. 노스웨스턴대의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 비율은 1971년 51%에서 2011년엔 51%로 줄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전국의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5%가 가계 수입이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감당할 수 있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IT 거대기업의 출근버스에 대한 항의시위는 부가 위로 쏠리면서 중간층이 엷어지고 하위층은 어려워지는 현실의 단면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렌트는 크게 뛰었다. 온라인 부동산 회사 트룰리아에 따르면 2베드룸 평균 렌트비는 지난해 10%가 올라 3250달러를 기록했다. 살던 곳에서 퇴거당하는 비율은 25%가 늘었다. 수입이 늘지 않은 이들은 오르는 부동산 값을 따라잡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중산층의 나라' 혹은 '가난한 사람이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더 더욱 내년에는 중산층 이하로 경기회복의 체감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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