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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세치 혓바닥

이기준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대 이스라엘에 ‘시몬’ 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학식과 덕망이 높아 많은 제자들이 따랐다. 제자들도 그의 학식을 이어받아 주변의 추앙을 받았다.

시몬이 어느 날 제자중 하나인 ‘토비’ 에게 “귀한 손님이 오니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있는 것을 사오라” 고 일렀다. 그러자 토비는 푸줏간에서 소 혓바닥을 사와 요리해 내놨다. 시몬은 며칠 후 다시 “손님용으로 가장 맛없는 식품을 사오라” 고 말했다. 그러자 토비는 이번에도 소 혓바닥 요리를 준비했다.

시몬이 그 까닭을 물었다. 토비가 이렇게 답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말입니다. 이 혓바닥에 따라 인명을 구할 수도 있지만 남을 헐뜯거나 중상모략하는 혓바닥은 아무 죄없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가장 비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 한마디가 생사 좌우



최근 MBC 아침 시사프로 대담중 연세대 노정선 교수(윤리학)의 망언과 MBC측 보도에 대한 미주 사회의 분노가 폭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는 “미국은 마리화나 피우다 잡히면 군대 간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은 대학에 남아 있지 군대는 안간다. IQ낮은 자, 범죄자, 성격 문제자가 군대 가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첨단 장비를 주면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걸프전 때도 민간비행기를 맞춰 3백20명이 죽었다”라고 혓바닥을 놀려 미국뿐 아니라 미군입대 자녀를 둔 한인동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었다. 미국인들까지 이 사실을 알까 정말 두렵다.

이는 이날 미군을 은근히 비하한 MBC 모 PD의 발언 뒤에 나온 것이었다고 한다.

MBC PD는 “컴퓨터가 발전해도 그 기능을 다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듯 미군 병사들이 그것들을 다 이용할 수 있을만큼 똑똑한 것 같지 않다”고 한 것이다.

분노한 한인 미군가족 모임 등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노교수와 MBC 관계자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조치를 취하고 있다. 거부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할 정도다.

최근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미군에 입대중인 한인의 수는 4천84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는 여군도 7백45명이나 되며 이라크 전쟁에 무려 1천여명이나 참가하고 있다. 노교수의 말로 보면 이들이 졸지에 마약자에 머리가 나빠 대학에 못가거나 범죄자, 성격장애자 등의 누명을 쓴 것이다.

징병제도를 채택중인 우리나라와 달리 모병제도를 시행중인 미국의 군 입대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응모자의 적성검사는 물론 학력·체력·자격증 여부·병력(病歷)·전과 등에 따라 엄격히 선별해서 결정하고 있다. 미국은 군 경력을 국가에 대한 봉사로 인정, 각종 사회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전액 장학금으로 각 대학교육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도 이중 하나다. 때문에 그만큼 선별과정도 쉽지 않다.

지난 2001년 6월 한인학생 수전 우(여·22)와 제프 한(22)이 웨스트 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졸업식에서 졸업생 1천명중 20명에게 주는 우등상을 한인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수상한 것은 우리 커뮤니티의 큰 자랑거리였다.

한국교수 미군비하 발언 물의

어려운 환경에서 미군 입대후 하바드에서 박사학위를 이수중인 서진규 소령은 우리 사회의 귀감적 인물이다.

많은 우리 자녀들이 부모의 도움보다는 자력으로 학비 마련을 위한 효심과 독립심으로 입대, 목숨을 건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 노교수와 MBC는 그러한 이들의 고결하고도 숭고한 가슴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못질을 해댄 것이다.

노교수가 강의하는 과목은 ‘윤리학’이라는데 그가 강의실에서도 이런 식의 강의를 한다면 정말 장래가 무섭다.

가뜩이나 고국에서는 지난 대선을 전후한 젊은 층의 반미운동은 국가적인 위기마저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이들을 더욱 선동하며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언어편은 ‘입은 사람을 다치게 하면 도끼와 같고 말은 혀를 끊는 칼과 같다(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고 했다. 또 ‘사람을 해치는 한마디 말은 칼로 베는 것과 같다(一言傷人痛如刀割)’ 는 말도 있다.

그만큼 세치 밖에 안되는 혀는 조심해야 한다는 금언이다.

우리 한인들은 토비처럼 먼저 이들에게 ‘소 혓바닥’이나 한 가마니 정도 포장해서 우송해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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