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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선배, 오늘 점심은 제가 쏠게요"

오수연/경제부 기자

한인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평소 점심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는다. 회사 주변에 한식당이 없기도 하지만 몸에 배인 습관이다. 그가 점심식사를 거른 것은 10년 전부터다. '밥값'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A씨는 연봉이 그리 낮지 않다. 회사에서 주요 요직에 있는 간부급이다. 그런 그가 밥값 때문에 점심 식사를 거른다니 처음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일본기업에서 한인기업으로 스카우트됐다. 꽤 높은 자리였다. 첫달 그는 직원들과 친분도 쌓을겸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물론 밥값을 내는 것은 상사인 그의 몫이었다. A씨는 "점심을 먹으러 가면 3~4명 정도가 함께 나갔다. 그렇게 한 달을 매일 밥값을 내고 나니 타격이 컸다"고 말한다. 더치페이가 일반적인 일본회사에서 일하다 한국회사로 오니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는 "한국회사에서는 누가 먹으러 가자고 하건 상관없이 밥값은 내가 내야했다"며 "그렇다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도 이상해서 점심을 거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밥값 가지고 쪼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반값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특히 '상사', '선배' 그리고 '남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더하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소개팅녀의 카톡'이라는 게시물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소개팅남이 밥값으로 나온 30만원을 더치페이하자고 제안한데 대해 소개팅녀가 카톡으로 비난의 글을 보냈고 이에 대해 소개팅남은 "잘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30만원이 넘는 코스요리 비용을 내가 낸다는 게 맞는거냐. 초면에 레스토랑 코스요리 먹으러 가자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앞의 사례처럼 소개팅 비용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는 확연히 다르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팅 첫 만남에서 데이트 비용은 누가 내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10명 중 7명이 '밥은 남자가 사고 커피 정도를 여자가 내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성의 생각은 달랐다. 여성의 절반이 '남성이 전부 부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매체에서는 '밥값과 술값에 대한 쪼잔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정과 체면을 살리면서 공정성을 잃지 않는 지불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방영하기도 했다.

직장상사가 '나보다 많이 버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상사가 밥값을 내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부하직원들이 상당수다. 벌이가 적어도 연장자, 선배라는 이유만으로도 밥값은 내야하는 이들의 얇은 지갑은 서글프기 마저 하다.

내 밥값도 부담스러운 시대에 남의 밥값을 대는 것은 확실히 불합리하다. 한 회사는 함께 먹은 밥값 술값은 인원수대로 나눠 계산하는 원칙을 세운 후 회사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내 밥값이 남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연말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때다. 오늘 점심에 밥값 많이 내준 선배나 직장상사에게 밥 한번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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