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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형교회의 '숙명'과 '사명'

장열 기획특집부 기자·종교담당

덩치가 큰 걸 어쩌랴. 몸집이 크니 잘 보이는 건 당연하다. 대형교회의 숙명 아닌가. 그러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만큼 '힘'이 있어서다.

최근 한국 및 이민사회 내 대형교회들이 초호화 건축, 게릴라식 청빙, 교회 세습, 목회자의 비윤리적 문제, 재정 비리 등으로 인해 교계 내·외부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사실 대형교회는 소수다. 전체 교회수의 5%도 안 된다. 한 예로 지난해 미주 지역 한인 교회 수는 4233개로 집계됐는데, 이 중 교인수가 수천 명이 넘는 교회는 과연 몇 개일까.

교회 숫자를 토대로 보면 전체 대비 소수라는 대형교회 비율은 역설을 불러온다. 머릿수(교인수)로 따지게 되면 비율의 관점이 달라져서다. 오늘날 그들은 현실적으로 다수의 성격을 갖는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속의 교회 생리다. 100명이 모이는 집단과 1만 명이 모이는 집단의 재정은 엄연히 다르다. 머릿수로부터 거둬 들인 재정의 차이가 있으니 할 수 있는 역할도 달라지게 돼있다. 이는 자연스레 영향력으로 직결된다.

그런 대형교회는 자신들이 소유한 영향력을 가치있게 다뤄야 한다. 단순히 돈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를 말하는 게 아니다. 크기에 따른 힘은 주변의 시선을 끌어와서다.

사회(세상)를 포함한 주변은 반드시 그 힘을 보게 돼있다. 대형교회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그게 싫으면 시선을 탓하지 말고 몸집을 줄이는 게 낫다.

힘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윤리, 의무, 역할 등이 수반된다. 그만큼 힘의 논리는 무섭다.

사회는 우선적으로 교회의 몸짓을 본 뒤, 서서히 영적 언어의 심층을 이해한다. 그동안 대형교회는 '영적인 언어'를 전하는 데 있어 힘에 대한 책임은 등한시했다. 이는 세상과 소통의 실패를 불러왔다. 교회는 요즘 시대가 기독교를 비난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대형교회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내부적 관점을 벗겨내지 못한 채, 오직 '신의 뜻', '신의 영광'을 위한 명분만 내세운다면 상당히 위험해진다. 외부적 시각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다.

물론 대형교회가 하는 일은 많다.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는 그다지 생색낼 성질의 것은 아니다. 마치 대기업(대형교회)이 서서히 골목 상권(동네교회)을 먹어가면서 한편으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모순과 같다.

교회가 작아야 꼭 건강한 건 아니다. 너무 작아서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다만, 대형교회가 일으키는 문제는 파장 자체가 확실히 다르다. 분명한 사실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대형교회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 교회가 일으키는 사회적 파장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체적으로 외치는 진리와 사랑은 아무런 힘이 없다. 소수지만 다수로서의 영향력을 가진 대형교회가 이를 외면하고, 자선 삼아 수천억을 사회로 쏟아 붓는다 한들 그 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은 대단한 게 아닌 상식적 수준의 교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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