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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인터넷과 한인사회

이종호 뉴욕중앙일보 편집부장

미국 생활 2년여를 지내오면서 이곳이 한국보다 뭐든지 조금씩 늦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는 한인사회가 뒤쫓아가기 버거울 정도로 한국의 발전, 변화 속도가 빨라서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 미국에 오면서 선진국은 뭐든지 한국보다는 앞서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오히려 반대라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인터넷도 그 중의 하나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가장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글쓰기다. 과거 일부 지식인이나 문학인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글쓰기가 이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종래엔 글쓰기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두 주체가 명확히 구분되었으나 이제는 소비자가 곧 생산자이기도 한 새로운 형태가 보편화되었다.

인터넷이 모두 기자로



이메일·채팅·그리고 게시판과 자료실에 글 올리기는 인터넷 이용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됐다. 전문가 뺨치는 분석이나 수준 높은 문학 작품들도 쏟아진다. 뉴스 역시 수십만 수백만명의 글꾼들이 현장에서 퍼올린 싱싱한 기사들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바로바로 전달되고 있다.

비전문가들의 이같은 ‘전문적 글쓰기’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는, 아니 달라질 수 있는가는 이미 지난 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생생히 목격했다.

캐나다 출신의 미디어 학자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 McLuhan·1911∼1980)은 일찌기 “구텐베르크는 모든 사람들을 독자로 만들었고 제록스 복사기는 모든 사람들을 출판업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만약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인터넷은 모든 사람들을 기자로 만들었다”는 말을 분명 추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아직은 많은 이들이 이곳과는 상관없는 남의 동네 얘기인 듯 반응을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 한인사회 분위기가 아직은 인터넷보다는 신문과 방송과 같은 기존 매체에 익숙한 나이 지긋한 세대들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한인사회가 늘 한국의 유행과 흐름을 뒤쫓아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여기서도 분위기가 바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로 드림위즈(www.dreamwiz.com)라는 게 있다. 여기에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의 칼럼’ 코너가 있는데 현재 개설되어 있는 것만 해도 수천 개에 이른다.

이곳에선 모두가 작가요 칼럼니스트요 시사평론가다. 이들이 써 올리는 글들은 유명 작가 수준의 명문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따뜻한 성품이 우러나는 글, 정직한 글, 재치있는 글, 시원시원한 글, 웃음을 머금게 하는 글 등등. 책이나 신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것들이라 들를 때마다 배우고 느끼는 바가 적지않다.

옛날 문장가들은 글 구상을 할 때 늘 ‘구양수 베개’를 베고 잤다고 한다. 구양수 베개란 울퉁불퉁한 옹이가 여기저기 박힌 목침(木枕)을 말한다. 이런 목침으로는 불편해서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구양수는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이런 선잠 속에서 보통 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문장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현대 흐름에 동참 기대

구양수(歐陽修·1007∼1072)가 누군가. 중국 송나라 때 사람으로 한유(韓愈)·유종원(柳宗元)·소동파(蘇東坡) 등과 함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명으로 꼽혔던 문장가다. 그런 대문장가도 한 구절의 문장을 위해 남들이 편안한 베개를 베고 달콤한 잠에 취해 있을 때 자지 않고 깨어 고민했음을 일러주는 고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글꾼들이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구양수의 베개’를 베고 고민하며 밤잠을 설친다. 여기에 인터넷을 창문 삼아 세상을 보고 생각을 나누고 글감을 찾는 일이 더해졌을 뿐이다.

미국에 나와 산다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고민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들, 얼마든지 기록하고 전할 수가 있다. 그 무대가 곧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한국의 글꾼들 뿐에게만 아니라 이곳 미주 한인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좀 더 많은 한인들이 이 흐름에 동참해 한인들의 권익을 지키고 찾는데 힘을 보탰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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