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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군복'에 얽힌 불편한 기억

[LA중앙일보] 발행 2013/12/30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3/12/29 17:21

김동필/사회부장

'군복'하면 솔직히 불편한 기억들이 먼저다. 동생뻘 되는 선임병으로부터 느꼈던 모멸감, 군기를 앞세워 수시로 행해졌던 얼차려와 매타작…. 전역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일들이다.

그런데 군에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남자들의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군대 이야기라지만 고생담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군생활의 즐거웠던 추억, 보람을 앞세우는 군필자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군복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도 많다. 한 친구는 부대 문을 나서면서 '앞으로 군복색깔의 옷은 절대 입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했다고 할 정도다.

며칠 전 받은 제보 이메일 한통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군복 거부감이 다시 떠올랐다. 이메일 발신자는 이달 초 예일대 앞에서 열렸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항의시위 참가자다. 그는 시위 목적과 함께 동영상 하나를 첨부해 보냈고 거기에는 '군복 입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동영상은 정부와 국정원 비판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한인들이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중에는 부모를 따라나온 어린이도 있었고, 타인종 참여자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나타난 군복 차림의 한인들이 시위대를 가로막아 섰다. 곧이어 격한 언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졌다. 험악한 상황은 경찰의 출동으로 간신히 정리가 됐다.

경찰이 군복 입은 사람들을 향해 '합법적인 시위를 계속 방해하면 체포하겠다'는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시위대의 주장은 한국에서 아직 조사중인 사안이니 논외로 하자. 다만, 미국 땅에서 한인들끼리 몸싸움까지 벌이며 충돌하는 모습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었다. 이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본 미국인들은 한인사회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시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되는 의사 표현 방법 중 하나다. 법적으로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시위대의 주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력을 동원해 제지하고 나서는 것은 위법여부를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반대 시위를 열면 그만이다.

굳이 군복으로 복장을 통일한 것도 의문이다. 나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목적인지, 아니면 군 관련 단체 소속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한국 군복이라니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다. 이런 행동은 오히려 군복에 대한 거부감만 키울 뿐이다. 군복은 군 관련 행사에 등장했을 때 그 의미와 가치가 더 커진다.

최근 한국에서 이념 갈등이 가열되면서 한인사회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이석기 의원 체포,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철도파업으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에 한 대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언제나 보수·진보간 대립은 있어 왔고, 양측의 갈등은 혼란을 동반하지만 새로운 발전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끼어들고 싶다면 제대로 알고 덤벼들어야 한다. 어쭙잖은 단편적 지식이나 들은 풍월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식의 변화도 문제다. 흔히 하는 말로 쌍팔년도식 케케묵은 생각을 잣대로 지금의 문제를 논해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경비행기로 태평양을 횡단하겠다는 무모한 시도와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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