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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도로 위 무법자들과의 8시간

이수정/사회부 기자

"빨간색 차라서 빠른 스포츠카라 해서 위법이 눈에 잘 띄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차든 교통 규칙을 어기는 차가 눈에 잘 띄는 거지요."

도로 위 무법자를 쫓는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센트럴LA지부 소속 레이 가미노 경관의 설명이다.

연말 음주운전(DUI)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CHP 단속현장 동승 취재는 22일 밤 10시가 넘어 시작됐다. 비록 어두운 밤 도로였지만 순찰차 안에서 무법 운전자들을 적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불법 개조한 보라색 라이트 차량부터 과속 주행 도로 역주행 단속중인 순찰차 앞으로 차를 들이미는 운전자까지 범법 사례는 다양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발뺌하는 경우도 많았다. 안전한 운행을 해야할 택시 운전자가 손님을 태운 채 역주행을 하다가 적발됐지만 항의하기도 했다. 또 음주운전 차량을 갓길로 정지시키던 순찰차 앞으로 끼어든 운전자도 있었다. 이 운전자는 단속하는 경관에게 욕설을 퍼붓다가 결국 티켓을 받기도 했다.



발리티스타 경관은 "반발하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체포하겠다고 경고를 받은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음주단속은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를 오가며 계속됐다. 술집이 문을 닫는 자정까지 오가는 차들로 붐비던 고속도로는 새벽 3시로 접어들면서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발되는 음주운전자는 꼬리를 물었다. 애초 4시간을 예상했던 동행 취재가 8시간을 넘긴 다음날 새벽 6시가 돼서야 끝났을 정도다.

한인타운을 포함한 LA다운타운 지역 인근 고속도로를 관할하는 CHP 센트럴LA지부는 모임이 많은 연말을 시작으로 연초까지 음주 단속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태세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음주운전을 반대하는 어머니의 모임(MADD)'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MADD는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13세 딸을 잃은 캔디 라이트너에 의해 1980년대 설립됐다.

라이트와 MADD의 음주운전 반대 캠페인 덕분에 법은 강화됐지만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주 보건서비스국(DHC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가주에서만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1768명이 죽고 2만4343명이 다쳤다. 전국에선 51분에 1명꼴로 사망했다.

다행히 DUI 재범률은 44.7%까지 떨어져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도 4년 전보다 15.1% 줄었다.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티켓을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나와 너 우리를 지키기 위한 서로간의 약속이다.

그 사회적 약속에 우리 한인들은 유독 약한 편이다. 반드시 함께 술을 마셔야만 마음이 통하고 일이 잘 된다고 믿는 '음주문화' 재수가 없어서 음주 단속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운전자 의식' 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음주 습관' 등 하루빨리 고쳐져야 하는 구태들 때문이다.

죄없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음주 운전은 피해자의 가정까지도 파괴하는 살인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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