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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즈퍼레이드와 '축제 공화국'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올해도 로즈퍼레이드 취재로 한해를 시작했다. 2014년 주제는 '꿈은 이루워진다.' 화씨 70도를 웃도는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 속에 모여든 수많은 관중에 파묻혀 화려한 행진을 지켜봤다. 이날 퍼레이드 구간에 몰린 관중은 70만명. 행사를 주관하는 패서디나 시 인구의 3배가 넘는 인파가 모여 신년 전통행사를 즐겼다.

로즈퍼레이드의 역사는 18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사교 모임에서 시작한 행사가 세계적인 이벤트가 됐다. 120년이 넘는 전통이 이어지는 동안 로즈퍼레이드는 미국에서만 6000만명, 세계 6억명이 시청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경제 효과도 엄청나다. 하루 행사가 시에 미치는 경제 효과는 3억600만달러. 1년 시 예산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겉으로 보이는 행사 내용은 접고 로즈퍼레이드의 경제 파급효과에 초점을 맞춰 취재계획을 세웠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쏟아내는 축제들과 비교해 보려는 의도였다. 한국은 지자체 시대 개막 이후 '축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2년 치러진 한국의 크고 작은 지역 축제수는 2429개. 이 가운데 국민의 혈세가 쓰여진 축제는 758개로 지원 예산이 2500억원을 넘었다. 함평 나비축제, 보령 머드축제처럼 수익을 내는 축제도 있다. 그러나 지역 축제 중 상당수가 수익은 고사하고 하루살이 아니면 한 해짜리 축제로 돈만 쓰고 사그라지는 현실이 문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지역축제가 지자체 단체장의 선심 잔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저마다 지역홍보를 통한 관광객 유치, 지역상권 확대 등의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요식행사에 불과하다.



행사 콘텐트가 부족하다 보니 한 지역에서 비슷한 축제가 몇개씩 열리는가 하면 눈축제, 대보름 축제만도 수십개다.

다행히 정부가 지자체의 방만한 축제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무분별한 축제를 억제하기 위해 행사, 축제사업 비용을 전면 공개해 낭비 요소를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소모적 지역 축제나 행사에 들어가는 지원금을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강조했다.

축제를 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축제처럼 매력적인 장치는 없다.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규모있는 축제와 행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로즈퍼레이드는 하루 행사에 불과하지만 준비는 1년동안 한다. 재단 회장을 9년 전부터 미리 선출해 훈련시킬 정도다. 매년 같은 형식이지만 새로운 볼거리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전통을 지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연속이다.

한국의 이슈를 미국과 비교해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거리를 수놓은 화려한 꽃차들의 행진, 벌떼처럼 모여든 관중들의 환호와 열기, 자원봉사를 위해 오하이오주에서 자비를 들여 왔다는 70대 부부의 열정을 부러워 하지 않을 재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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