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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마리화나 잎의 '추억'

김완신/논설실장

오래 전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학교 과제에 필요하다며 아이가 종이에 커다란 나뭇잎 하나를 그려 달라고 했다. 잎을 그린 후에 식물 광합성에 관한 설명을 적어 넣는 것이 프로젝트라고 했다. 별다른 생각없이 손가락을 펼친 모양의 평범한 잎사귀를 그려 주었고 아이는 잎 그림의 안쪽에 광합성을 설명하는 내용을 썼다. 그리고는 잎에 파란 색까지 정성스럽게 칠해 학교에 제출했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따지듯이 물었다. "아빠가 그린 잎이 마리화나야?" 선생님이 과제를 보여주면서 자기에게 "이게 어떤 식물 잎사귀인 줄 아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아이는 아빠가 그려 준 그림이라며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서 마리화나를 잎을 검색했다. 사진을 보니 무심코 그렸던 잎사귀가 마라화나와 매우 흡사했다. 그때 처음 마라화나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다.

다음날 교사에게 해명 전화를 했다. 잎사귀 선택에 신중(?)하라는 주의를 들었다. 아들 숙제로 '마리화나'를 그려준 아빠를 보고 교사도 당황했겠지만, 뜻없이 그린 것이 우연하게도 마리화나와 일치해 아빠는 더 당황스러웠다.

지난 1일 콜로라도주가 의료목적이 아닌 기호용(嗜好用.Recreational) 마리화나 판매를 합법화했다. 워싱턴DC를 포함한 20개주에서 치료목적의 마리화나 판매를 허용하고 있지만 기호 및 오락용 판매는 콜로라주가 최초다. 올해 상반기에는 워싱턴주가 허용할 방침이고 뉴욕주도 가세할 예정이다. 연방법이 마리화나를 불법마약으로 규정해 시행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연방정부도 여론을 의식해 허용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찬성이 58%로 1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높아졌다. 찬성이 절반을 넘은 것은 관련 조사실시 후 처음이다.



주정부들이 마리화나 합법화를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수입 때문이다. 하버드 경제학자 제프리 미런은 "마리화나 불법사용을 단속하려면 연간 77억 달러가 소요되지만 합법화하면 연간 24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추산한다. 특히 마리화나에 술.담배에 부과하는 고세율을 적용하면 수입은 60억 달러까지 커진다.

또한 각국의 연구에서 마리화나의 중독성이 그다지 높지 않고 오히려 담배나 술해 비해 해가 적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합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로 술소비량의 10%를 줄일 수 있다면 술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예방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합법화 반대측은 환각작용이 있는 마리화나가 더 강력한 마약류로 이행하는 '관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약한 마리화나에서 시작해 강력한 약물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리화나가 술소비를 줄이지 못하고 소비를 부추길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콜로라주를 시작으로 마리화나 합법화가 이어질 것은 기정 사실이다. 2003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국가차원에서 마리화나를 허용했지만 마리화나 합법화로 인한 긍적적 또는 부정적 효과를 판단할 시금석은 미국이다.

찬반 양론이 뜨겁지만 마리화나는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를 파는 업소들이 자주 눈에 띄고 가게 간판에는 숙제로 그려 주었던 잎사귀 모양의 그림이 걸려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렸던 마리화나 잎이 너무 비슷해 웃음이 나온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배우는 교실에서 금기시 됐던 그림이 이제는 버젓이 간판에 등장하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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