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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한국을 떠나고 싶다?

이기준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일리노이 지역 모 대학을 지난 4월 수료한 유학생 S군(26). 그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최근 고국에서 걸려온 부모의 전화내용 때문이다.

“당장 귀국하지 말고 현지에서 눌러앉을 수 있는 길을 찾아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들어봤다. ‘고국의 급격한 정치변화와 경제침체로 돌아와봐야 취직도 어려워 고학력 실업자가 될 게 분명하다. 게다가 아무래도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귀결되기 힘들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 갔다 온 시카고의 모 인사는 “환갑이 다 된 친구들이 이민방법에 대해 묻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더라. 그들은 2∼3년 전만 해도 해외이주를 시큰둥하게 여기던 부류였다”고 털어놨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최근호는 서울의 모 기업체 중역가족의 예를 들고 있다.

‘그는 퇴근후 식탁에서 가족과 한국탈출( )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근래 일고 있는 한반도 정세변화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신경이 예민한 주한 미군 재배치는 결국 미국 의도대로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는 게 요지다. 이 신문은 ‘대도시 부유층 또는 엘리트의 중장년 이상 집단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류가 대다수’ 라고 쓰고 있다.

대도시 엘리트 중장년층들이라면 우리 고국의 사회기반과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계층이다. 이들에게서 이같은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그냥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이 계층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으로 고국의 20∼30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중 50% 이상이 ‘가능하면 이민가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2년 전 31%에서 19%로 떨어졌고 거부감은 18%에서 26%로 훨씬 늘었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 이민은 가고 싶지만 미국에 대한 선호도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나라로 가고 싶은 생각도 더 많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인터넷 업체에서 같은 20∼30대 직장인 9백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약간 더하다. 이들중 무려 90%가 ‘이민가고 싶다’ 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민대상 선호국을 묻는 질문에는 캐나다와 호주가 각각 30%와 29%를 차지했다. 유럽이 15%였으며 미국은 7.7%에 불과했다. 미국은 그들에게 이미 경원(敬遠) 그 이상의 대상이 된 것 같다.

이민을 원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을 뿐 아니라 취업조차 안되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들어 더욱 극렬해진 노사간 갈등으로 경기침체와 사회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다만 두개 조사 모두 지난 대선을 전후한 20·30세대들의 반미감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귀국후 반미세력 설득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예상치 못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는 여전한 것 같다. 노대통령이 제시한 북핵해법은 우선 미국과 일치한다. 완전한 핵정책 포기, 기존 핵물질 폐기, 이에 대한 국제기구 검증 등이다. 단 이에 대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절대반대하고 있다. 경제봉쇄도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커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평화적 북핵해결 원칙은 두더라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해상봉쇄는 필요하다. 핵 재처리 등 금지선을 넘을 경우 선제공격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저변에 깔린 미국의 생각은 바로 ‘북한 정권붕괴’가 분명해진다.

노대통령의 귀국후가 더 어렵다. 경제문제에 노사갈등, 급진세력의 설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혀 손 쓸 힘이 없는 북핵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가운데 한 한인 연장자의 말이 의미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놈들이 이제 와서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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