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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통일'을 꿈꾸는 탈북 청소년

구혜영/사회부 기자

지난 16일, 탈북 중.고등학생 8명이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 로펌(이하 오멜버니) 변호사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를 찾았다.

사이언스센터는 모두에게 새로운 곳이었다. 수명을 다한 우주선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는 말에, 자그마한 비행기를 상상했던 학생들은 무엇보다 엔데버(Endeavor)호의 거대함에 놀란 눈치였다. 지구 온난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펭귄들과 초록별 지구와의 만남도 매일 똑같은 현실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 화젯거리이자 신기한 체험이었으리라. 태어난 북한을 떠나, 낯선 한국에 정착한 후 LA땅을 밟은 한겨레 중.고등학생 8명은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살폈다.

"한국에선 눈 치우느라 바쁜데 여긴 여름 같아요"라며 활짝 웃는 김지향(17)양도, 생애 첫 해외여행을 졸업선물로 받았다는 이명(21)군도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 꺼냈다. 꿈은 역시 감출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보는 것마다 사진을 찍고, 카메라 앞에 서서 브이자를 그리는 학생들 틈에서 벗어나 있던 조인덕(18)군은 조용히 '통일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함북 온성에서 태어나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자', '남조선 괴뢰군을 물리치자' 등의 표어를 입에 달고 살았던 그의 북한생활과 동상에 걸려 죽을 뻔했던 탈북과정이 눈앞에 그려졌다.

요즘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라지만 조군의 입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뭔가 울컥해졌다. 왜냐고 묻는 멍청한(?) 질문에 조군은 쑥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 인근 중.고등학교에 통일교육 강사로 나갔어요. 탈북자라고 하면서 우리에 대해 안 좋게 보는 눈도 있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고… 그런데 눈을 맞추고, 내가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설명하니까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한번에 바뀌었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직접 겪어본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잖아요? 조금 서툴러도 사람들을 만나 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통일도 더 가까워질 거라 믿어요."

조군의 꿈은 공감을 낳고, 또 다른 꿈을 꾸게 했다. 오멜버니 LA사무소의 최선아 변호사는 "학생들로부터 오늘 처음 배우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 '할 만 하구나'란 여유가 있길 바란다.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그런 여유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LA방문 기사가 나간 후 한국불우아동남가주후원회.OC한우회.포모나언약교회 등 많은 곳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학생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마음 속에 학생들은 더 이상 새터민이 아닌 식구(食口)였다. 나이.직업.성별.재산.인종 등 껍데기를 뒤로한 채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결심이 선 사람은 누군가의 식구가 될 자격이 있다. 식구는 '우리'라는 의미를 가르치고,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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