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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수면제용 음악

 음악작품은 연주회에서 연주자와 청중간의 긴밀한 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우리의 생활속에서도 다양하게 쓰인다.

 한가지 예로 바로크 시대의 텔레만 같은 이는 ‘식탁음악 (Musique de Table)’을 작곡하여 귀족들의 식사를 더 즐겁게 해주었다.

 그런데 동시대의 작곡가 바흐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수면제용 음악을 작곡하기에 이른다. 흔히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리는 이 곡은 본래의 멜로디에 30개의 변주가 따르는 클라비어 변주양식의 걸작이다. 이 곡에 그런 제목이 붙게 된 경위에 대해 전기작가 포르겔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본래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저링크 백작이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날이 그 증세가 심해지는 바람에 결국 바흐에게 안락한 수면을 이룰 수 있도록 편안한 곡을 부탁했다. 이에 바흐가 변주곡을 작곡하여 백작의 전속 연주자인 골드베르크에게 밤마다 연주를 시킨 것이다. 이후 백작은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바흐 역시 두둑한 사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자들은 이러한 에피소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당시 13세 소년에 불과했던 골드베르크가 이같은 대곡을 과연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오히려 바흐가 당시에 ‘작센 선거후의 궁정작곡가’가 되는데 결정적으로 도와주었던 고마움의 표시로 이 곡이 카이저링크백작에게 헌정되었다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 실제로 당시에 바흐의 얽히고 섥힌 복잡한 음악에 불만을 품고 ‘감놔라 배놔라’하던 정치, 종교인들이 많았기에 바흐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궁정작곡가의 직함을 갖게 된 이후 신분상승을 통해 이같은 갈등이 많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곡이 수면제용으로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하나의 주제가 나오고 이어 비슷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잠이 안 올때 반복되는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든지 아니면 학창시절 선생님의 단조롭게 반복되는 목소리에서 졸음이 유발되는 것과 흡사한 원리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많은 피아니스트들, 예를 들어 빌헬름 켐프,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헬무트 발햐, 란도프스카 등이 도전하였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글렌 굴드의 1982년 연주가 명연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굴드의 음반을 선택함에 있어서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이 음반은 수면제용으로 들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연주자 글렌 굴드는 피아노를 치면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독특한 버릇이 있다. 음반을 듣고 있자면 이러한 허밍이 문득 문득 들려오는데 때로는 지금 내옆에 누가 있는 듯한 섬쩍지근한 느낌이 들어 잠이 싹 달아나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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