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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로버트 킹씨가 남긴 숙제

정구현 / 사회부 차장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을 보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세요." 양아버지는 아들을 낳은 친부모의 죄책감 마저 끌어안았다. 한국에서 다리없이 태어나 버려진 네살 난 애덤(22)을 입양해 키운 로버트 킹씨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가 끌어안은 죄책감은 친부모 18명 몫이다. 애덤을 포함해 그는 9명의 자녀를 입양했다. 이중 8명이 애덤과 같은 장애아이고, 5명이 한국에서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친자녀가 3명 더 있지만,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더 애틋하게 돌봤다. 그래서 '살아있는 예수'로 불렸던 그가 지난 7일 간암 투병중 사망했다. 61세였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그의 마지막 1년은 재앙에 가깝다. 1월에 직장을 잃었고, 7월에 간암이 재발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평생 조건없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다. "왜 제게 이런 벌을…" 하고 하늘을 원망할 법도 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그의 가족들은 마지막 1년을 '축복'이었다고 했다. 킹씨의 동갑내기 아내 다나씨와 24일 어렵게 통화가 됐다.

-신이 원망스럽지 않았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남편과 나는 받아들였다. 나중엔 오히려 감사했다. 1월에 해고된 이유는 마지막 1년을 우리 부부가 온전히 함께 보내라는 신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고등학교 때 만나 41년을 해로했다. 킹씨는 오히려 혼자 남게될 아내를 위로했단다.

-킹씨가 아이들에게 남긴 말은.

"눈 감기 나흘 전 아이들을 모두 불렀다. 병상에서 12남매와 손주 12명의 손을 한명씩 잡았다. 힘겨워했지만,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가 남긴 24번의 사랑 고백에 가족들은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19일 열린 장례식에서도 가족들은 씩씩했단다. 장례식이 아니라 '삶에 보내는 찬사(celebration of his life)'라고 이름 붙였단다. 300여명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많이들 울었을 것 같다.

"아무도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도 기뻐하지 않은 사람도 없었다. 그가 남긴 사랑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두 울면서 웃었다."

그의 삶에 찬사를 보낸 사람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도 있다. 이 여사는 98년에 미국 방문시 애덤과 가족들을 만났고, 이듬해에는 청와대로 그들을 초청했다. 이 여사는 조문을 보냈다. "제 남편은 생전에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항상 고민했습니다. 킹씨는 어떻게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신 이 시대의 진정한 성자였습니다." 킹씨가 떠나고 가족들에겐 현실적인 짐이 남겨졌다. 생활고다. 다나씨에게 차마 묻기 힘든 질문을 던졌다.

-왜 한인 커뮤니티에 재정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나.

"남편은 우리 가족은 서로가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형편에 맞춰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킹씨 가족들에게 몇몇 한인들이 기부금을 보냈다. 킹씨 부고를 알린 본지의 14일자 보도를 접하고 나서다. 20여명이 3500달러를 보냈단다. 가족들은 크게 고마워했지만, 한인으로서 미안했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던 킹씨의 말 때문에 더 마음이 무거웠다.

죄책감(guilt)은 금(gold)과 어원이 같다. 많이 가진 자들의 의무가 나눔이어야 하는 이유라고 언어학자들은 해석한다. 한인들이 더 나누어야 할 '금'은 없을까. ▶도움 주실 분: 한국입양홍보회(MPAK) 15532 Wilder Avenue Norwalk, CA 90650/로버트 킹 유가족 13074 Larkhaven Dr. Moreno Valley, CA 9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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