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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마트폰에 빠진 엄마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지난 15일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아트쇼를 찾았다. 전세계 200여 화랑이 참가하는 미국 최대 현대미술제다. 그림, 도자기, 가구 등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수천점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나는 예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날 전시된 작품 중 반 고흐의 작품 외에는 아는 작품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발이 퉁퉁 붓도록 돌아다녔다. 그냥 재미있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작품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 건 아마도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는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시선에서 만들어진 작품들. 내 머리 속에 있는 생각과 똑같은 그림은 흥미로울 수 없다.

다르다는 것은 사람을 끌리게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서로 끌리듯이 말이다. 같은 사물을 보고 내가 동그라미를 그릴 때 누군가는 세모를 그리고 누군가는 동그라미를 그려야 새로운 도형을 만들 수 있듯 말이다.



아이들 장난감 중에 상자에 난 세모, 네모, 동그란 구멍으로 같은 모양의 모형을 집어넣는 기구가 있다. 아기들이 사물의 다름을 인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난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각각의 사물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배워간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우리 엄마는 스마트폰의 세계에 푹 빠져있다. 이메일을 잘 사용하지도 못하던 엄마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신세계다. 카톡에 열광한다. 친구들과 하루에도 건강 정보, 범칙금 정보, 사기 유의 정보까지 수없이 많은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하루종일 '카톡알림'이 끊이지 않는다. 엄마가 열광하는 또 하나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요즘에는 캔디크러시에 빠져있다. 캔디크러시는 엄마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난감이다. 눈 나빠지는 건 생각도 않고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

사실 엄마가 스마트폰을 쓰기까지는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다. 60대 중반에 접어드는 엄마세대에게 스마트시대는 두려우면서도 신기한 존재다. 처음에는 열심히 설명을 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올릴 수 있고 이건 이모티콘, 이 버튼은 단체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거예요." 한번, 또 한번 . 엄마는 묻고 또 물었다.

"엄마 이거 저번에 몇 번이나 설명해 드린 거잖아요."

"그래도 모르겠어."

"눌러보면 되잖아요."

"잘못 눌렀다가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해."

살짝 짜증이 났다. 몇 번이고 가르쳐 드렸는데 엄마는 이 간단한 것을 왜 모르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마는 억울하고 서운했는지 친구들과 얘기를 했단다. 이후 엄마는 "엄마 친구들도 다 그런대. 엄마만 그러는 거 아니다. 엄마는 잘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스마트폰은 신세계다. 어려운 물리학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들 듯이 엄마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물리학과 같은 존재다.

2014년 1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보려 한다. 그래야 엄마에게 좀 더 착한 딸이 될 수 있다. 달라야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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