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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한인회는 친정이 되어야

송의용 뉴욕중앙일보 편집위원

시집간 여동생이 가끔씩 어머니를 뵈러 온다. 왜 왔냐고 물으면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 들렸다지만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을 보면 남편과 토닥토닥 했거나, 시동생 많은 시집에 또 잡다한 일이 일어났거나, 애들이 말썽을 부렸거나, 무언가 속 상한 일이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여동생은 그럴 때면 거의 틀림없이 엄마에게 온다. 와서 그냥 엄마 앞에서 한숨도 쉬다가 하소연도 하다가, 수다도 떨다가, 때로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다.

답답할때 선뜻 찾아갈 곳

그러나 이제 늙으셔서 경제권이 없는 어머니는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실 힘이 없다. 그저 잠자코 들으시다가 간혹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얼마나 속이 상했니…” 정도로 조용히 대꾸하실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동생은 엄마 무릎에 얼굴을 뭍고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어머니는 역시 말씀이 없으시다. 그저 동생의 등을 쓸어 주거나 토닥거리시면서 “산다는 게 다 그런거다.”, “그래도 대세엔 지장이 없다. 네가 참아라. 조용히 지나가면 더 큰 별일은 없을게다.” 예의 그 인내와 포용의 말씀만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를 ‘바다’라고 한다.

그렇다. 친정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다. 어머니가 바다든, 쓰레기통이든, 아니면 정수기든, 엄마가 계시는 친정은 상한 속을 치유할 수 있고 감정을 순화할 수 있는 곳이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기둥이며 비벼댈 수 있는 언덕이다. 새 힘의 샘이요, 재생의 요람이다. 친정에 왔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억울하거나 답답한 가슴이 뚫리고 무너졌던 억장이 풀리며 새힘이 솟아 난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

한인회도 이런 곳이어야 한다. 이민자들에게 친정과 같은 곳이 바로 우리의 한인회이다. 여인네들에겐 친정 같은 곳, 또 남성들에겐 마치 큰아버님과 넉넉한 마음의 숙모님이 계시는 ‘큰집’과도 같은 곳이 한인회 이다.

시집간 여인네가 친정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고 허전할까. 힘들고 억울해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외톨이, 시집 식구들에게 더 큰 구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친정이 있다면 그 친정이 힘이 있건 없건, 어머니가 부자든 가난하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다. 믿는 구석이 생긴다. 큰집도 그 기능에 있어 꼭 같다.

수년전 맨해튼 그린위치 빌리지에 있는 한 한인 모자가게에 말썽이 생겼다. 처음엔 동네아이들과 어른들이 나서 큰소리치다 끝내는 미국의 노조가 가게 앞에서 시위를 하며 불친절하다니, 그동안 종업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니 하며 트집 끝에 체불임금 완불과 임금인상까지 요구 해댔다. 맞서다 맞서다 힘이 달린 그 가게주인은 한인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비록 한인회는 힘도 능력도 모자라 별 큰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가게 주인으로 보아서는 한인회가 있어 가서 상의도 할 수 있고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고 든든 했을까.

힘있는 한인회 만들자

우리 한인들은 이민생활이 너무 힘들고 거칠어 친정이나 큰집이 있는 것 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힘과 능력이 있길 원한다. 같은 값이면 친정이 부자면 더 좋고 큰집이 능력있으면 내게 힘이 되듯 잘 사는 집이길 바란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우리의 친정(큰집)은 그렇질 못했다. 힘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오히려 우리들의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 친정이고 큰집인 것을…그저 도울 수 밖에.

지금 우리 한인사회에선 한인회비 납부 운동이 한창이다. 친정과 큰집을 좀 잘살게, 더 힘있게 만들자는 운동이다. 당연한 일이다. 가난한 친정을 시집간 딸과 사위가 돕듯, 능력 없는 큰집을 온 집안이 나서 힘을 보태주듯, 우리 한인들이 나서서 좀 제대로 된 한인회를 만들어 할일 좀 해보자는 일이니 한인 모두에게 득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 한인회를 구심점으로 힘을 모아 보다 더 강하고 ‘함께 잘 사는’ 한인이민자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nyseyg@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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