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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빈부격차와 '수정의 밤'

김완신/논설실장

벤처캐피털 업계의 갑부 탐 퍼킨스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로 '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 사건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유수 캐피털 업체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 바이어스(KPCB)'의 창업자 퍼킨스는 기고문에서 "미국 1% 부유층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이 1930년대 1% 유대인을 겨냥한 독일 나치의 공격과 비슷하다"며 "크리스탈나흐트가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탈나흐트는 독일어로 '수정의 밤'이라는 뜻이다. '수정의 밤'은 1938년 11월 9일 파리주재 독일 대사관 서기관이 유대계 청년에 의해 암살되면서 이에 대한 나치의 보복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암살이 도화선이 됐지만 이면에는 당시 재계를 장악하고 있던 부유층 유대계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나치의 공격으로 유대인 100여명이 사망했고 약 3만명이 수감됐으며 7000여 개의 유대인 업소와 1000여 곳의 유대회당이 파괴됐다. 수정의 밤이라는 이름은 약탈.방화로 깨진 유리창이 수정처럼 빛났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나치는 유대인 체포와 상점 파괴 등을 묵인했〔〈【고 피해를 당한 유대인의 보험금을 몰수하기도 했】〉〕다.

탐 퍼킨스의 부자 비판과 수정의 밤 비유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은 퍼킨스를 '정신나간 미치광이 부자'라며 극언을 퍼부었다. 퍼킨스는 부자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을 경계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지만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 15~19일 1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참가자의 65%가 지난 10년간 빈부격차가 더 커졌다고 답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의 상위 1% 부유층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였으나 2013년 UC버클리 연구팀이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분석한 통계에서는 19.3%로 늘었다. 이전 최고였던 1927년의 18.7%를 앞서는 기록이다. 또한 2009년 이후 늘어난 총소득의 95%가 상위 1%에게 돌아갔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자본과 노동의 수익배분 구조에서 빈부격차의 원인을 찾는다. 대부분의 신규사업에서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노동력 제공자들에게 할당되는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가는 재력을 기반으로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노동력 제공으로 얻게되는 수익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경제의 화두였다. 그러나 재화가 고루 분배되고 빈부의 차이가 없는 사회는 이상향에서나 존재한다.

빈부격차 해결을 위한 명확한 방법은 없지만 부자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빈곤층의 복지혜택를 늘려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방법론에 있어 민주당은 부유층과 기업의 증세를 통한 빈곤층 복지확대에 주력한다. 반면 공화당은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을 줄여, 투자활성화로 경제를 성장시키면 혜택이 빈곤층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완벽하게 검증된 해법이 아니고 실효를 거둔 사례도 드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어제(28일) 국정연설을 통해 소득불균형 문제를 부각시키며 해소를 위해 독자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큰 기대를 갖는 국민은 많지 않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통한다.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잘사는 사회도 만들 수 있다.' 이런 믿음이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실현불가능의 꿈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 깨진 꿈의 조각들이 또다른 '수정'이 되어 탁한 빛을 쏟아내는 그런 세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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