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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2세들은 왜 우울한가

[LA중앙일보] 발행 2014/01/2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01/28 20:33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내 친구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 엄마의 두 언니들도 모두 같은 병으로 젊은 시절에 사망했다. 친구는 얼마 전 멋쟁이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멀쩡한 유방을 미리 수술해 버린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가족에게 유전으로 내려오는 병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가족의 유전병 이외에도 특정 민족이나 인종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병들이 있다. 예를 들면 흑인들은 고혈압이 많다. 그래서 흑인 환자들에게는 자주 혈압을 재보고 짠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고 특별히 의사들이 당부를 한다.

또 라티노는 당뇨병에 걸리는 확률이 높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조심시키고 수시로 혈당 검사를 해 당뇨병 발견에 힘을 쏟는다. 유대인에게는 근육 질환이나 신경계의 이상들이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가장 알기 힘든 인종이 아시안이란다.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안들은 가족의 질병이 바깥에 알려지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숨기기 때문에 자세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에 전국 대학생 중에서 특이하게도 아시안 학생들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의료 문제가 발견되었다. 바로 자살이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학교 통계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모든 자살 학생의 55%가 아시안이었다. 학생 비율로는 전체의 14%만이 동양인이다. 그래서 코넬이나 스탠포드 대학 등에서는 그 원인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아시안 대학생들에게 우울증이나 자살이 많은 이유가 모델 마이노리티(Model Minority)라는 사회적 선입견과 부모의 높은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 아시안 학생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주 심한 정신적 압박을 자신들에게 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의견을 따라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택하거나 천성과 전혀 다른 직업을 갖기도 한다는 것이다.

2010년도 UC샌디에이고 연구결과에 의하면 동양인은 백인들에 비해 우울증세가 더욱 많단다. 그리고 1세인 부모와 마찬가지로 2세인 학생들도 도움 청하기를 꺼리고 우울증같은 정신문제를 창피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학교에서 도움을 주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시안 2세들의 높은 자살률은 우울증을 창피하다고 쉬쉬하며 육체적, 환경적, 심리적, 그리고 영적인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기를 거부하는 부모의 행동과도 관계가 크다고 하겠다.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해서 오는 게으른 자의 천벌이 아니다. 당뇨병이 췌장이라는 장기의 화학물질(인슐린) 이상 때문이듯이 우울증은 두뇌라는 장기의 세로토닌 이상에 의한 의학적 질병이다. 더욱이 이 병은 당뇨병처럼 대물림될 수 있는 유전병이다. 요즘은 당뇨병을 받아들이고 치료함으로써 시력을 잃거나 하지를 절단하는 사람들이 한인 중에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젠 우울병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질병도 받아들이고 배우고 치료에 힘쓰자. 그것만이 우리 2세들이 그토록 어렵게 입학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비극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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