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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미국서 불꽃 튀는 한·일 '역사전쟁'
온·오프라인 연일 충돌
미 로컬정부, 대응따라 감사·항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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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4/01/30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4/01/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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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각지역에서 '한·일 역사전쟁'이 뜨겁다. 위안부 기림비 설립, 동해 표기, 교과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연방의회는 물론 주·시의회를 무대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청원사이트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일정부가 거센 어조로 각자의 입장을 밝힐 때마다 백악관~로컬정부~정치인들은 탄원·항의·감사·지탄의 메시지를 받는다. 지자체 공청회에는 양측 참가자들이 몰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현 분위기가 미국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 내 친한파 정치인들이 늘면서 비롯된 현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일본군 위안부

가장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주목을 받은 '사건'은 지난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2014년 행정부 통합세출법안'. 이 법안에는 일본 정부에 지난 2007년 통과된 연방하원 위안부 결의안(HR121)을 준수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한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사죄와 함께 정확한 역사 인식의 필요성도 주문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는 총 4개. 각각 뉴욕 낫소카운티 아이젠하워 파크,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버겐카운티 해켄색, 가주 글렌데일에 세워져 있다.

글렌데일 기림비인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연말, 친일파 미국인 '텍사스 대디'가 소녀상에 욱일승천기를 꽂고 조롱한 사건 이후 '소녀상 철거청원', '일본 현직 정치인 11명 시청 방문'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소녀상을 찾았던 일본의 극우 지자체의원 모임인 '날조된 역사에 반대하는 일본정치인연합'은 성 노예 자체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글렌데일 아라 나자리안 시의원은 29일 대변인을 통해 "소녀상 설립은 당연히 인권을 위해 '해야하는 일'이었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계속 이 일로 시끄러워지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은 내일(31일) 오후 4시, 소녀상을 방문해 일본에 대한 과거사 사죄 촉구 의사를 분명히 할 예정이다.

이날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은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청원(12만6368명)과 지킴이 청원(10만4321명)이 자체 '인기 청원 순위'에서 각각 7위, 1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 교과서 독도·동해병기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다. 조지아 주 상원은 28일, 데이비드 셰이퍼 상원의장 대행(공화)과 부치 밀러 상원의원(공화)이 상정한 '동해 표기 결의안(SR798)'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SR798의 바탕에는 조지아주 51개 한국 기업이 창출해 낸 5만여 개의 일자리가 있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상 최초로 주의회가 '동해표기' 결의안을 투표로 통과시킨 점에서 역사적인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김희범 애틀랜타 총영사는 "조지아 정치권이 '동해'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동해 문제를 둘러싼 미주내 정치권 및 여론을 주도하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그간 친한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 외교부 관계자들과 만나 동해 및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왔다. 반면, 동해병기 법안에 있어, 뜨거웠던 버지니아 주는 잠시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23일 총 출석의원 38명 중 찬성 31표로 동해병기 법안이 전격 통과됐으나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가 "공식적으로 동해 캠페인을 지지한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상황. 29일 진행된 주하원 교육위원회의 '동해병기안(HB11)' 표결결과, 찬성과 반대가 각각 4표씩 나와 최종 결정은 오늘(30일)로 연기됐다. 이같은 의원들의 줄이은 배신은 일본정부의 로비와 관련이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22일,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가 매컬리프 주지사를 만나 동해병기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 역사교육 및 사죄

마이크 혼다(가주·민주) 하원의원은 지난 22일 LA한인타운에서 열린 후원의 밤 행사에서 '기림비 다음은 교육'이라 강조했다. 그는 "지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과거는 되풀이된다"며 "미국·한국·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교과서를 통한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정부는 저지른 과거의 범죄를 사죄함으로 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HR121을 발의·통과시킨 일본계 3세 정치인의 입에서 나와 더욱 의미가 깊다.

같은 시기, '위 더 피플'를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미국 내 고교 역사교육 커리큘럼에 포함하자는 청원운동이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the youth of America) 일본군에 의한 전범 역사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의 공포만큼 엄격히 알려야 한다는 게 골자다. 29일(오후 5시30분 기준)까지 총 2566명이 서명을 마쳤다.

지난 1973년 말, LA에 정착한 제니퍼 김(62·웨스트레이크빌리지)씨는 "이민온 지 아무리 오래됐어도 뿌리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뿌리는 역사이고, 그 역사가 혹여 아프더라도 왜곡 없이 살아있어야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주위에 있는 친구, 친척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서명운동을 알리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역사교육과 관련된 여러 단체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7일, 7년 동안 하버드 대학 한국학연구소를 지원해 고조선·고구려·한사군 등 중국과 일본학계의 오류를 지적하는 한국고대사 시리즈 도서 6권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오는 7월, LA한국교육원은 전반적인 한국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사특강을 개최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세계 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LA지회는 4월5일(토), LA한인타운 가든 스위트 호텔에서 오전 9시부터 약 5시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및 여성 권리회복,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이라는 역사 콘퍼런스를 연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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