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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그렌데일시가 '소녀상' 세운 뜻은

김완신/논설실장

프랑스 남서부 도시 앙굴렘에서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지난 30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렸다. 7000여명의 만화 작가와 관계자들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의 최대 화제는 단연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기획전 '지지 않는 꽃'(부제: 내가 증거다)이었다. 일본이 강제 동원했던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만화와 일러스트 작품 20편이 전시된 이 기획전은 2만여명이 관람했다.

전시회의 후원기관인 한국 여성가족부의 조윤선 장관은 개막식 축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알고 있지만 위안부는 잘 모르고 있다"며 "만화라는 친근한 매체를 통해 이 문제가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축사를 하면서도 '일본'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식민지 시절 한국과 일본 사이의 정치적 이슈로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 보다는 여성에 대한 반인륜적 폭력과 인권유린을 부각시켰다.

일본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에도 기획전을 강행했던 프랑 봉두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장도 인식을 같이 했다. 봉두 위원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 기획전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 원한다"고 밝혔다. 일본을 지칭하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으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한 것이다.

앙굴렘 기획전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글렌데일시에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일본정부와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반대에도 글렌데일 시의회는 건립을 결정했다. 위안부 건립은 인권의 존엄성에 관계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동상이 세워진 후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최근에는 한국의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이 미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성지(聖地)가 됐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불행한 역사에 희생된 국민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찾는 것은 후손된 도리이고 당연한 의무다.

그렇지만 위안부 문제에는 조금은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글렌데일시가 소녀상 건립을 결정하고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이 기획전을 개최한 것은 한.일 간의 과거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인권과 인륜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해 고발하려는 뜻이 더 크다. 앙굴렘 페스티벌과 글렌데일시가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사이의 정치적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면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앙굴렘 조직위원회 아시아 담당관도 한국 기획전은 정치적.외교적 성향을 띠지 않는 역사와 인권에 관한 예술인들의 창작물이라고 강조했다.

글렌데일 소녀상과 한국의 동상은 차이가 있다. 한국의 소녀상 앞에서 우리는 한목소리로 일본을 비난하고 애국심을 고양하며 민족적인 울분을 분출할 수도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일본정부가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렌데일 소녀상은 미국에 세워졌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에 한국 정치인들이 자주 방문하면 일본정부의 반발도 심해질 것이다. 이 같은 일이 계속되면 타 커뮤니티에게 한.일 간의 정치적 갈등만 부각될 뿐, 반인륜적 범죄를 고발하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 소녀상이 세워진 곳을 분쟁의 장소를 만들려는 일본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

글렌데일 소녀상을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많은 학생들이 찾아와 인권유린의 참혹한 역사를 배우고, 다시는 이 같은 범죄가 없기를 기원하는 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타인종의 발길이 이어지고, 위안부의 참혹한 역사를 알게 된 그들의 분노가 자연스럽게 일본을 겨냥한다면 소녀상이 미국 땅에 세워진 뜻은 더욱 빛날 것이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위안부 강제동원은 인류에게 저지른 범죄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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