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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에베레스트 위에 선 김치

[LA중앙일보] 발행 2003/06/2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3/06/24 17:41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올해 70세의 일본인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朗). 지난 달인 5월 말 세계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기록을 세운 장본인이다.

그가 최근 귀국 보고서에서 “김치 덕분에 히말라야의 극한을 이겨내고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밝혀 또 한번 우리 김치가 유명해졌다.

그는 “에베레스트 원정등반에 김치를 무려 30kg이나 가져가 스태미너를 돋우웠다”고 술회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강한 것은 김치 때문’이라고 하는 분석에 우리 민족 고유의 김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진 터다.

김치없는 한국인의 식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상고(上古)시대 우리 선조들은 채소 보관법에 골몰하던 중 바닷물 즉 소금물에 담가두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것이 침채(沈菜)로 오늘 날 김치의 시발이었다. 침채는 당시 ‘팀채’ 또는 ‘딤채’ 라고도 발음했는 데 그 뒤 ‘김채’ 또는 ‘짐치’ 에서 ‘김치’ 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중인 모 업체의 김치냉장고‘딤채’는 여기서 유래했다.

그 뒤 염전(鹽田)소금을 이용해 채소를 절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오늘 날의 장아찌 원조다. 한겨울에도 채소를 먹을 수 있어 그만이었다. 무우·가지·마늘·죽순·오이·박 등 여러 가지가 제조됐다. 6세기경 간행된 중국의 제민요술(濟民料術)은 이런 사실이 기록돼 있다. 당시 중국에서도 채소 절인 것을 ‘저(菹)’ 라 했는데 주로 오이가 많이 사용됐다.

김치는 삼국시대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다. 단순한 소금절임에서 천초(川椒·후추)·생강·부추·마늘·젓갈 등의 향신료가 첨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향신료에 의해 발효(醱酵)식품으로 개발된 것이다.

붉은 꽃잎으로 빨갛게 만들기도 했다. ‘짠지’ 라고도 했으며 신라·고려 시대 나박김치와 무우를 주원료로 한 동치미도 나왔다.

중국의 삼국지 위지동전(魏地東傳)은 ‘고구려인들은 발효식품을 잘 만들어 먹었다’ 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당시의 일본 정창원고문서(正倉院古文書)도 ‘절임식품이 고구려에서 왔다’ 고 기록돼 있다. 현재 일본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야채절임 반찬 즉 ‘츠게모노’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통배추를 이용한 김치가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였다. 오늘 날의 김장용 결구(結球)배추가 중국에서 들어오고부터다. 또한 새우젓·멸치젓·육젓 등 젓갈류가 본격 사용돼 완전한 발효식품이 됐다.임진왜란 이후 중국과 일본을 통해 도입된 고추가 천초를 대신했으며 이 때부터 김치는 빨갛게 변했다.

오늘 날의 우리 김치는 식품으로서의 효능이 크게 인정돼 세계 각국에서 연구하고 있다. 우선 갖가지 양념에서 나오는 영양분은 말할 것도 없다. 숙성 즉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젖산균·유산균 등은 입맛을 좋게 할 뿐더러 장(腸)속의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는 항균효과가 크다.

특히 지나친 육류섭취로 인한 혈액의 산성화로 일어날 수 있는 산(酸)중독증과 암 발생을 저하시켜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백질 분해효소 펩신(Pepsin)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는다.

SARS 덕분에 최근 우리 한국산 김치 수출이 엄청 증가했다고 한다. 1~4월 김치수출량이 3천만달러를 훨씬 넘어서 사상 최대였던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8%나 늘었다는 것이다.

최대 수입국은 일본으로 이중 85% 이상이며 미국·대만·홍콩·중국 순이었다. 우리 김치를 모방한 ‘기무치’ 를 생산중인 일본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김치의 주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그 외 국가는 순전히 SARS 덕분이었다.

최근 수입요청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어 올해 수출량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은 2위로 이미 70만달러어치를 수입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김치냄새라면 질겁( )을 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LA타임스도 얼마전 ‘아시아인들이 김치를 사재기하고 있을 정도’ 라며 김치 특집을 보도했다.

아니 될 이야기로 SARS 비슷한 질병이라도 다시 한 번 돌았으면, 하고 바란다면 아마 ‘맞아죽을’ 소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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