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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막강 로비 이겨낸 '풀뿌리 캠페인'

[LA중앙일보] 발행 2014/02/10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02/09 20:35

김동필·사회부장

미국은 로비스트의 천국이다. '로비' 하면 왠지 음험하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정부에 등록만 하면 합법적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로비스트의 숫자도 엄청나다.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로비스트 숫자만도 4만여명. 이중 1만5000명이 워싱턴DC에 집중돼 있다.

로비스트의 고객은 다양한다. 각종 이익단체와 기관, 기업, 심지어 외국정부도 이들을 찾는다. 로비활동이 집중되는 곳은 의회다. 고객에게 불리한 법안은 어떡하든 막아야 하고 유리한 내용은 통과 시키려 애쓴다. 당연히 의원들이 로비의 최우선 대상이고 그들의 입김은 연방은 물론 주, 시의회까지 작용한다. 로비에는 엄청난 자금이 동원된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2년 워싱턴 정가에 뿌려진 로비 자금이 67억 달러 규모라고 한다. 연방하원만을 기준으로 하면 의원 한 명 당 1000만 달러 이상인 셈이다.

'로비스트(lobbyist)'라는 말은 미국의 18대 대통령(1869~1877)인 율리시스 그랜트 때 만들어졌다고 하니 역사가 꽤 오래됐다. 그랜트는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임기 말 부패 등으로 인기는 별로였던 대통령이었다. 그는 재임시 워싱턴DC에 있는 윌러드라는 호텔 로비를 즐겨 찾았고 이런 사실을 안 민원인들은 호텔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 호텔 로비에서 온갖 청탁과 정치적 거래가 오갔던 모양이다.

로비의 위력은 대단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총기사고로 총기규제 강화 여론이 들끓지만 의회는 감감 무소식이다. 문제가 생기면 당장 특단의 조치라도 취할 듯 소란을 피우지만 그때 뿐이다. 전국총기협회(NRA)라는 이익단체가 엄청난 로비력을 앞세워 입법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의 중동정책도 비슷하다. 친이스라엘로 경도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 또한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라는 막강한 유대인 단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비가 통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버지니아 주하원이 '동해병기법안(HB11)'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킨 것이다. 일본정부가 기를 쓰고 막으려고 거물 로비스트까지 고용해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일본은 주미대사까지 나서 주지사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낸 사실이 들통나면서 국제적으로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역사적 진실 앞에서는 로비도 통하지 않았다. 조금 확대 해석하면 보편타당한 일에는 자본의 위력도 별 볼일 없었다. 찬성표를 던졌던 비비안 왓츠 의원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려면 다양한 역사적 시각을 배우는 게 필수"라는 말로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기도 했다.

'동해병기안' 통과는 한인 정치력의 잠재력을 보여줬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한국정부가 뒷짐지고 있는 동안 한인들의 힘으로 이뤄냈다. 이런 성과는 한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버지니아 한인사회가 정치인들과 꾸준히 협력관계를 다져온 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한 것이다.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도 마찬가지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까지 나서 추태를 부렸지만 글렌데일 시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풀뿌리 참여의식'이 로비를 이긴 것이다.

위안부 기림비에 이어 '동해병기안'도 전국 한인사회로 확산될 분위기다. 버지니아주에서의 승리가 큰 자극제가 된 모양이다. 이에 비례해 일본의 로비도 더욱 가열될 것이 뻔하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든든한 구심점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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