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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미국인들의 무관심

이종호 뉴욕중앙일보 편집부장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갔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비디오와 DVD를 하나씩 빌린 뒤 아이는 어린이 교실에 두고 일반 서가로 갔다.

널찍한 도서관, 역사·문화 코너. 세계 각국의 역사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아시아 국가들에 관한 책으로는 일본과 중국 쪽이 단연 많았다. 인도·사우디·터키·월남 등의 책들도 즐비했다. 한국에 관한 것도 10여권 눈에 띄었다.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의가 한국전쟁과 관련된 것이었다. 일반 역사책으론 한 때 고시생들의 시험 준비서로 인기 높던 이기백의 ‘한국사신론(韓國史新論)’ 영역본이 유일했다.

한 권 한 권 들춰 봤다. 빛 바랜 사진들, 깨알같이 수록된 자료들. 그러나 대출해 간 흔적이 남겨진 책은 거의 없었다. 책은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좀 더 재미있고 관심 끌 만한 책이었더라도 그랬을까. 아쉽고 씁쓸했다.

‘그 낯설고 생소한 나라’



집근처 서점 ‘보더스’나 ‘반스앤노블’에서의 경험도 비슷하다. 한국 관련 책들이 있을까 들를 때 마다 찾아보지만 늘 실망이다. 여행 안내서를 봐도 중국·일본 것만 수두룩하다.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 것도 많지만 한국에 관한 것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요리책도, 잡지책도 비슷하다.

영문으로 출간된 한국 관련 책이 드물어서 일까. 있다 해도 찾는 이가 없으니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아예 비치해 두지를 않는 것일까.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이래저래 관심 밖이라고 밖에 해석할 도리가 없다.

‘미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미국 생활 처음부터 궁금했던 물음이다. “한때 전쟁과 가난, 고아 수출국 정도로만 알려진 보잘 것 없던 나라가 이제는 미국의 7대 교역국으로까지 성장했다. 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미국인들은 현대적인 한국의 모습을 확인했고, 2002년 월드컵 경기는 이런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싸구려라는 초기의 평가를 떨쳐 버렸고 삼성은 이제 소니의 실질적인 경쟁자로 간주된다. IT 산업과 영화 등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미국인들도 당연히 이렇게 여길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 언론이나 몇몇 소수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주위의 보통 미국인들 이를테면 옆집 아저씨, 앞집 할아버지, 아이 학교서 만나는 학부모들은 여전히 한국을 낯설고 생소한 곳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알려야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가 50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전쟁과 분단의 국가로 기억되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많은 한국 제품들이 세계 1류의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본과 중국의 아류쯤으로 여긴다. 최근엔 반미시위와 북한 핵 문제로 ‘코리아는 골치 아픈 나라’라는 인식까지 보태졌다.

왜 그럴까. 첫째는 국력이다. 나라의 힘이 아직은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 만큼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지난 번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정상회담까지 했지만 미국의 TV엔 제대로 한 장면 나오지도 않았다. 며칠 뒤 일본 총리가 왔을 때의 대접과는 천양지차였다. 우리 모두의 분발을 촉구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다음은 홍보다. 물론 그 동안 잘 해 왔다. 한국을 제대로 알려 보자는 목적으로 정부 부처 내에 국정홍보처도 생기고 국가이미지위원회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기업도 뛰고 동포사회도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나 멀었다. 현지 실상을 외면한 탁상공론이 여전히 난무하고 실생활에 파고드는 밀착형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저 생색만 내면서 효과도 없는 일에 돈만 써 대고 있지나 않는지 한 번 더 따져 볼 일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한 번 형성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다행히 한국의 국력이 계속 자라고 있고 이민자들도 악착스러움과 끈기, 부지런함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 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는 바뀔 수 밖에 없다. 다만 어떻게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한국에서나 동포사회에서나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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