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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넘지 못할 장애는 없다

[LA중앙일보] 발행 2014/02/13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4/02/12 18:03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키가 크고 몸무게가 200파운드에 가까운 J가 싱긋이 웃으며 내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불쑥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간호보조사(CNA)자격증이다. 그간 고교 졸업에 필요한 학점 때문에 고생하던 J가 아닌가.

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간질 발작 증세가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그 빈도는 차차 줄어들었다. 다른 많은 질병들처럼 두뇌 질환도 한가지 이상의 문제가 동시에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폐증 환자 중에 주의산만 증세나 정서불안증이 합병으로 같이 올 수 있듯이.

J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주의집중이 어려웠고 읽기나 쓰기가 무척 느렸다. 워낙 과묵하고 표정이 없는 J를 보고 주의산만 증세를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행동 항진(Hyper- Activity)증세는 없고 단지 주의집중만 힘든 경우라,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간질 때문으로 믿었다.

중학교에 들어간 후 J는 자신도 친구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공부가 처지고 수줍음이 많은 J에게 다가온 친구들은 이미 마약을 하거나 담배를 피웠단다. 어느날 한 친구의 초대로 간 파티에서 그는 마약을 피웠고 한동안 멈추었던 간질발작을 일으켰다. 간질을 치료하던 그의 의사는 J가 심한 주의산만증이 있어서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그 내용을 이해하거나 또는 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치료를 의뢰했다.

주의산만증 환자들은 친구와의 우정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친구들이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행동이나 감정 표현을 금방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의집중이 힘들었으니까.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친구들은 떠난다.

초등학교 4~5학년까지는 부모의 지도에 따라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고분고분하다. 그러나 5~6학년이 지나면서 성장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고 성 호르몬 분비가 시작되면 말대꾸가 많아지고 정서에도 심한 변화가 온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J가 마약을 쓴 것이 두뇌를 자극했고 다행히 부모님이 정신과 치료를 바로 받아들이셨다.

간질 환자의 주의산만증 치료는 많은 시간을 들여 조심스럽게 해야한다. 보통 주의산만증 치료에 사용하는 각성제들은 두뇌를 자극시켜서 간질을 유발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비각성제인 약을 쓰면서 들끓는 마음을 잡아주어야 한다.

J의 학업 성적은 거의 D와 F에 머물렀다. 겨우 고교 3학년 1학기만 마치고 그는 검정고시와 비슷한 GED 시험을 쳐서 합격했다. 그리고 한 친구가 고교졸업을 한 후에 CNA자격으로 노인요양소에서 일하는 것을 보며 자신도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친구와 같은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문득 참을성 많은 J의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한번도 J에게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모든 사람이 대학 졸업장을 받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J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갖기 위해서 정식 고교 졸업장을 포기하는 용기를 냈고 그의 부모는 한치의 주저도 없이 아들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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