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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고아 수출국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1921년 8월 뉴욕 이타카에서 출생한 흑인 작가 알렉스 헤일리(Alex P.Haley). ‘나는 과연 누구인가’ 자신을 옭죄던 조상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은 196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를 뿌리찾기로 내몬다.

10여년에 걸친 조사 끝에 마침내 자신이 1976년 아프리카의 감비아에서 노예로 강제 납치돼온 ‘쿤타 킨테’ 의 7대 자손임이 밝혀진다. 짐승같은 취급을 받았던 조상들의 뼈저렸던 고통이 낱낱이 드러나고. 그 때의 충격과 당혹감이란. 1976년 간행된 ‘뿌리’(Roots) 는 그의 조상들이 겪어온 고난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발매 즉시 베스트 셀러로 1백만부가 매진됐다. 이듬해인 1977년 퓰리처 상과 미국 도서 특별상을 받았다. 곧 TV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당시 동양방송(TBC-TV)을 통해 방영,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뿌리에 대한 애착은 본능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7세 때 유타의 솔트레이크 시티 백인 가정에 입양된 김지윤. 그녀는 케이티 로빈슨이라는 이름으로 20여년을 훌쩍 보낸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그녀를 버린 부모에 대한 한과 원망이야 이루 말할 수 있을까. 이미 한국어는 까맣게 잊었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 앞에 더이상 분노는 존재할 수 없었다. 불과 일곱살짜리 철부지를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지난 2002년 훌쩍 서울로 날아갔다.

수소문 끝에 아버지는 20여년 만에 만났지만 끝내 엄마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유부남과 관계에서 지윤을 낳은 죄로 이미 오래 전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었다.

그런 엄마가 지금은 시카고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 전한 채. 배다른 오빠와 동생, 친척과 혼란스런 가치관 속에서 수많은 입양아들을 만난다. 그녀는 그들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정제할 수 있었다.

그녀는 기막힌 자신의 역정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이 소설 ‘커밍 홈’ 은 지난 해 시카고 트리뷴에 의해 여름 필독서로 채택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고아 수출국으로 이름난지 오래다. 지난 1954년 한국전쟁으로 양산된 고아 문제해결을 위해 입양이 시작된 이래 그동안 무려 15만여명이 해외로 입양됐다. 이중 10만명 가량이 미국, 약 5만명이 본의 아니게 조국을 등지고 유럽으로 갔다. 지난 해만도 2천4백여명이 외국 가정으로 나갔다.

이들이 피부색이 다른 부모와 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하면서 느끼는 정신적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과 가치관의 혼돈을 무엇에 비유할수 있을까.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채찍질, 입지를 이룬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입양아에 관심과 애정 필요

약관 28세로 미시간주 하원의원이 된 훈영 합굿, 워싱턴 상원의원 폴 신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 외에도 각 분야에서 수없이 많이 있다.

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해주기 위한 양부모들의 배려는 잘 알려져 온 바다. 한국인들의 문화행사 참가는 물론 고국방문 등의 기회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양부모들의 이런 노력은 조국과 생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한편으론 마약과 범죄의 유혹에 빠져 불우한 삶을 보내는 입양아들도 있어 동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리노이만도 동포출신 입양아들이 2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자칫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조국과 부모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바로 잡아주고 올바른 이민생활에 이 행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들의 뿌리정립에도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들의 한 층 더 깊은 관심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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