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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그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정구현 사회부 차장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LA카운티 셰리프국장 선거에 출마한 폴 다나카(55) 후보에 대한 한인 단체장의 평가다. 이 단체장은 27일 LA한인타운에서 한인언론과의 기자회견까지 주선했다. 덕분에 다나카 후보는 셰리프국장 후보 7명 중 가장 먼저 한인사회에 인사했다.

다나카 후보는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일본계인 그는 유일한 '아시안' 후보임을 앞세웠다. 한국식으로 '우리가 남이가' 이론이다. 또, 지난해 셰리프 부국장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33년간의 셰리프국 근무 경험을 선전했다. 본인보다 셰리프국 사정을 잘 아는 후보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격을 갖춘(qualified)' 후보라고 6차례나 자평했다.

그의 발언은 모두 '사실(事實)'이다. 그런데, 그는 '사실(史實)'은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과거에서 득이 되는 사실만 적극 홍보했다. 이해할만 하다. 후보 누구든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의 경우에 '과거사'는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인터넷에서 다나카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구치소 재소자 학대 스캔들'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LA카운티 구치소에서 간수로 근무하는 셰리프국 요원들이 수년간에 걸쳐 집단으로 죄수들을 폭행해 논란이 됐다. 18명의 전현직 셰리프국 요원들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2012년 9월 시민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재소자 학대 조사 최종보고서 19페이지는 이렇게 썼다. "다나카 부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악화(exacerbate)시켰다."

또 그가 휘하 구치소 간수 요원들에게 '과잉진압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면서 그의 해고를 강권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6개월만에 다나카 후보는 '은퇴'했다.

다나카 후보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은 또 있다. 1988년 3월7일 롱비치 공장지대에서 셰리프국 요원 총격에 숨진 한인 이홍표(당시 21세)씨 사건이다. 당시 이씨는 셰리프 요원들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한밤 차량 도주극을 벌이다 롱비치 공장지대 막다른 골목에서 포위됐다.

이씨를 둘러싼 셰리프 요원들은 멈춰섰던 이씨의 차량이 후진하자,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15발 중 9발이 이씨의 몸에 박혔다. 당시 현장에서 이씨에게 총구를 겨눈 5명 중 한명이 다나카 후보였다. 그는 현장지휘권을 가진 최고참 서전트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과잉진압 논란으로 한인사회를 들끓게 했다. 한인대학생연합회는 시위를 벌였고, 장례식엔 LA부총영사가 참석하기도 했다.

주류 언론들은 이 사실들을 잊지 않았다. 다나카 후보가 출마를 발표한 이후부터 이 두가지 문제를 놓고 그를 집요하게 추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KFI AM 640 라디오 방송은 다나카와의 대담에서 "재소자 폭행 스캔들 당시 당신이 셰리프국 2인자였는데, 유권자들이 당신을 믿길 바라나"고 쏘아붙였다.

그런데, 정작 한인들은 이 사실들을 친절하게도 깨끗이 잊어줬다.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회견은 그 '사실의 망각'이 만들어낸 행사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한미사법기관자문위원회 회장은 "논란거리들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알고는 있다"며 "이제는 다나카 후보에게서 그 짐들을 내려주고 싶다"고까지 했다.

지지를 선언하기 전에 철저히 후보 검증을 했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위험한 발언이다. 숨진 이씨의 가족들에게 다나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텐가.

곧 선거철이 시작된다. 3월에는 LA시의원 선거가 있고, 6월에 셰리프 국장 및 카운티 수퍼바이저들을 뽑는다. 한인단체들의 검증 부족이 만든 '망각의 촌극'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검증은 어렵지 않다. 단 한가지 질문만 생각하면 된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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