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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DIY아기

[LA중앙일보] 발행 2003/07/1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3/07/10 16:21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우리 고국에서 정유회사들간 가솔린 판촉전이 치열하던 96년의 일이다.

LG정유가 섹시 스타 이승연을 모델로 내세워 광고전에 나섰다.

그녀는 “한번만 넣어보세요” 하는 멘트와 함께 속된 말로 야리끼한 미소를 지었다.

한화에너지가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원초적 본능’ 의 섹스 심벌 샤론 스톤을 앞세웠다.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를 최대한 부각시키며 “강한 걸로 넣어주세요” 라고 했다.

당시 이 광고 카피를 본 호사가들이 제철( )을 만났다. “대체 어디다 넣어달라는거야 ” 라며 킬킬거렸다.

이 회사 높으신( ) 분들과 홍보팀들은 손벽을 쳤다. 광고효과가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지난 98년 필 브론스타인과 결혼한 샤론 스톤은 독신 시절이었던 90년 초 토픽면에 장식된 일이 있었다.

인공수정을 위해 남성의 정자를 공개적으로 구매한다는 내용이었다. 결혼보다는 아기를 갖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단 정자 제공자의 조건을 달았다.

백인으로 푸른 눈에 신장 1백85cm이상, IQ 1백50이상, 명문대를 나온 의사나 변호사 등 이른바 ‘사’ 자 출신일 것 등이 주 내용이었다.

이런 조건만 맞으면 기(幾)백만달러라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라면 정말 ‘강한( ) 걸로’ 일까.

최근 영국에서는 국내 최초의 ‘DIY(Do It Yourself)아기’ 가 이달 태어날 것이라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DIY아기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정자를 산 뒤 병원의 도움없이 임신해 출산하는 아기다.

인터넷 사이트(Man Not Included)에 접속, 자신이 원하는 인종·신장·지능·교육수준·직업·예술감각 등 조건이 맞는 정자 제공자를 고른다는 것이다. 현재 60여명이 이 과정을 통해 아기를 낳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이 사이트의 정자 제공자만도 8백명을 넘었고 여성 등록자도 5천명을 넘었다니 앞으로 배다른 형제들이 세상에 쫙 깔릴 판이다.

남성 정자만이 판매대상일까. 지난 2001년 하버드·프린스턴·예일 등 이른바 아이비 리그 대학 학보에는 요상한 광고가 게재된 바 있다.

‘이 대학 백인으로 신장 1백75cm이상, SAT 1천4백점 이상 미모의 여학생 난자 구함. 가격은 5만달러 이상’ 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성과 체격, 미모의 조건에 따라 그 이상도 지불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당시 ‘LA 타임스’ 는 이에 대한 특집기사를 통해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고 썼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품종개량이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 쓰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중 하나가 바로 선종(選種)이다.

수확한 농산물중 해마다 가장 우수한 품종의 씨앗만을 골라내는 것이다. 유전학적으로 우성(優性)인자를 추출, 배양함으로써 열성(劣性)인자를 도태시켜나가는 재래식 방법이다. 잡종을 배척하고 순수한 품종을 골라내는 데도 쓰인다.

선종의 과정은 종자(種子) 자체도 중요하지만 종자가 가진 유전형질을 최대로 발휘토록 하는 토양 또한 중요하다. 조건을 제시한 정자와 난자의 매매는 바로 이러한 유전학적 상식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선종 역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인종간 갈등도 선종 사고방식의 부산물일 수 있다. 같은 인종, 같은 민족 사이에서도 끼리끼리 혼인하는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체격과 피부가 좋고 잘생긴 데다가 머리좋은 자손을 두고 싶은 욕심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아닌가. 그러나 유전의 법칙은 항상 일정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돌연변이(突然變異)나 잡종강세(雜種强勢)의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현대 과학이 그 한 예다.

아무리 우성개체라도 열성인자는 언제든지 내재하고 있다가 불시에 나타나는 것이 또한 유전의 법칙이기도 하다.

미모의 여우(女優)로부터 “당신의 뛰어난 두뇌와 내 미모를 닮은 애가 태어난다면 광장한 인물이 될 것” 이라는 말에 “당신의 멍청한 머리와 내 못생긴 얼굴을 닮은 애가 나온다면 가관일 것” 이라고 응수한 버나드 쇼의 가시돋친 말도 실제로 가능성이 아주 큰 이야기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바로 그 선종의 방법이 이제 노골적으로 인간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아 끔찍하다. 그것도 돈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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