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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같이 왔으니 같이 가야지요'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1811년 ‘샴’ (Siam:태국의 옛 이름)에 살았던 중국계 부부 사이에서 기이한 쌍둥이가 태어났다.

상체가 서로 완전히 붙은 아기가 출생했던 것이다.

당시 국왕 ‘라마’(Rama) 2세는 악마의 저주라 하여 만약 나라에 재앙이 생기면 이들이 원인이므로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 일이 없어 쌍둥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억장이 무너질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그럼에도 이들에게 창(Chang)과 엥(Eng)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들을 보기 위해 각지에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인 P.T바넘은 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샴 쌍둥이’ (Siames Twin) 라는 이름의 광대로 이용해 돈을 벌었다. ‘샴 쌍둥이’ 라는 단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같은 쌍둥이가 태어난 기록은 이보다 훨씬 먼저다. 1천1백년경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메리와 엘리자 자매는 허리와 엉덩이 아래가 한 몸인 채로 34년을 살았다.

어느 날 한 명이 죽자 부패가 시작돼 남은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의사들이 분리수술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우리는 올 때도 같이 왔으니 갈 때도 같이 가겠다” 며 끝내 거부, 같이 사망해 주위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고 한다.

며칠전 싱가포르에서는 서로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 분리수술 끝에 둘 다 사망해 전 세계인을 슬프게 하고 있다. 이들의 조국 이란은 전 국민이 비탄에 빠져있다고 한다.

라단 비자니와 랄라 비자니 자매가 그들로 무려 29년간 머리가 서로 붙은 채 살아왔다.

이들을 살리기 위해 28명의 의사와 1백여명의 보조의료인력이 동원돼 52시간의 마라톤 수술을 했지만 끝내 명을 달리하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공연한 수술로 귀중한 목숨을 잃게 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샴 쌍둥이란 두 개의 몸이 하나로 접합된 채 태어나는 아기다. 몸은 두 개지만 신체 조직이나 장기를 하나로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분리수술시 다른 한쪽이 부득이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가슴 아픈 경우도 생긴다. 지난 2000년 영국에서 태어난 메리와 조디는 내장과 척추신경을 공유한 데다 몸이 서로 거꾸로 붙은 채 였다. 당시 영국 최고의 의료진이 분리수술을 시도했으나 조디만 살아남았다.

이 경우는 수술하지 않으면 둘 다 사망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었다. 라마 2세의 말처럼 악마의 저주라고나 할까. 천형(天刑)도 이런 천형이 없다.

또 하나의 몸에 머리만 두 개인 수도 있고 하나의 하체에 상체가 둘인 수도 있다.

세계 3대 미항(美港) 이탈리아의 나폴리에는 하나의 몸에 머리만 둘인 알드 페스카토이레·빈센트 페스카토이레 형제가 40여년을 살아오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마샤와 다샤 자매는 1950년 1월 허리 아래가 붙어 있는 채로 태어났다. 이 때문에 이들은 따로 떨어진 양로원에 감금돼 의학자들의 실험대상이 되기도 했다.

작가 줄리엣 버틀러는 지난 2001년 이들이 51년간 겪어온 고통을 구구절절이 담은 ‘마샤와 다샤’ 를 출간,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쌍둥이가 태어나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일란성 쌍둥이의 수정란이 세포분열하는 과정중 완전분리되지 않은채 비정상적 분열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발생률은 5만명당 1명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생존빈도는 20만명당 1명의 비율이다.

대개 60%는 사산하고 35% 정도는 출생후 24시간 내 사망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샴 쌍둥이의 70%가 여아라는 점이다. 남아는 불과 20% 정도로 어째서 여아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지 의학자들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성이 모호하게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샴 쌍둥이 가족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불편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서로간의 의견차가 클 때의 갈등, 잠잘 적 몸을 마음대로 뒤척일 수 없는 것 등은 정말 고역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창과 엥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아델레이드와 사라라는 정상인 여성을 만나 각각 결혼해 63세까지 살았다. 아델레이드와 창 사이에서는 10명의 자녀가 태어났고 엥과 사라는 11명의 자녀를 두었다니 이들의 부부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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