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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풍' 뚫고 열린 행사…'뮤직바이더글래스'

다양한 참가자들 음악·와인과 함께 어우러진 만남
모임(MOI'M).코리아소사이어티 '브라운백 런치'
소비적 파티 대신 공통분모 찾아 생산적으로 놀기

몬스터 눈폭풍이 뉴욕을 삼켰던 지난 13일. 퐁당퐁당 발이 빠지는 20인치의 폭설을 헤치며 '뮤직바이더글래스' 세 번째 모임이 열리는 맨해튼 소호에 루이스 메이셀 갤러리로 향했다. 오늘 같이 걷기도 힘든 날 사람들이 과연 모일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수제 피아노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가 손님들을 맞는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제작하던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는 1849년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이름을 미국식 스타인웨이로 바꾸고 아들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세계적인 명성의 피아노 공장을 탄생시킨다. 1만 개가 넘는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만드는 피아노는 한 대를 만드는 데 꼬박 1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지난 2008년 스타인웨이가 사망하면서 한때 최대 주주가 된 삼익악기가 스타인웨이사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했지만 실패하면서 금투자 편드사인 폴슨앤코에 인수됐다.

 "다음 모임 때는 스타인웨이 한 대가 더 인사할 거에요. 모임 반응이 날로 좋아져 갤러리에서 한 대를 더 준비해 준답니다."

 피아니스트 이소연씨다. 지난해 5월 이씨는 그의 음악 친구이자 반려자인 피아니스트 랜 댕크 공동대표와 음악과 와인으로 세대를 엮는 비영리단체 뮤직바이더글래스를 설립했다. 지난 2010년 나움버그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나란히 1·2위를 수상한 부부는 소비적인 파티색을 벗고 지친 마음과 육체를 어루만지는 힐링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자리만 마련해 주면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에게 배우고 에너지를 생산해 낼 힘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에게 맡겼다. 와인의 힘도 빌렸다.



 시작 시간인 오후 7시30분이 되기도 전에 50여 명이 지각 없이 모두 모였다. 음악과 와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음악가·와인 전문가를 포함해 미술가·금융 전문가·변호사·의사·디자이너·사진작가·작가·대학원생 등 30의 한인과 타민족들이 다양하게 모였다.

 월스트릿 금융가의 한 헤지펀드에서 일하면서 부업으로 맨해튼 다운타운 멀버리스트릿에서 놀리타와인 가게를 운영하는 툴리오 베라 대표가 선별해 온 와인들을 구경하며 모임이 시작됐다. 첫 곡이 연주되기 전에 냇 데이비스 와인 전문가가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내림 마장조 1악장 피아노곡에 어울리는 와인을 한 잔씩 건넨다. 그는 "밝은 체리와 하얀 페퍼 향을 품은 2009년산 포스트레이터 로렌트 리서브가 요염하고 경쾌하게 시작하는 슈만곡에 잘 어울릴 것"이라며 "이어질 미국 작곡가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산뜻한 곡 리베슬레이드 바이올린 메들리까지 이 와인과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연주가 끝나면 연주자들과 참석자들이 섞인다. 이 대표는 한 병에 10 달러 정도 하는 와인도 "와인 생산지와 주원료·맛을 고려해 연주되는 곡의 작곡가와 작곡 배경·연주 악기에 맞춰주면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주는 이 대표와 바이올리니스트 리비아 손, 주피터 스트링 콰르텟 바이올리니스트인 넬슨 이 등 세 명의 한인을 포함해 댕크 대표와 뉴욕시립대(CUNY) 퀸즈 칼리지 교수인 비올리니스트 윌리엄 프램튼, 템플대 교수로 있는 첼리스트 토마스 크레인스가 맡았다.

 스탠포드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리비아는 모임 소식을 듣고 연주 스케줄을 맞춰 줄리어드 시절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새 친구들과 네트워크를 넓히러 캘리포니아주에서 뉴욕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다. 리비아는 "꼬마 때 같이 학교 다닌 친구를 30년이 지나 여기서 만났다"며 "기억이 가물해 서로 새 친구처럼 인사했다"고 말했다.

 8곡 연주가 모두 끝났다. 이 대표의 동생이자 한국에서는 가수로 더 잘 알려진 이소은 이사가 언니인 이 대표가 연주하는 곡에 잘 맞는다는 2011년산 요한 미첼 그레인 누와 한 잔을 들고 묻는다. "어떠세요? 전 이 단체 모임을 시작하고부터 타지에서 생활하며 힘들었던 부분들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20~40대의 모임이 달라졌다.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또래들이 모여 다양한 모습으로 생산적인 모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모임(MOI'M)은 이름부터 직설적이다. 지난해 5월 CBS 방송국 프로듀서인 임영광(29)씨는 치과의사인 김도윤(28)씨와 컬럼비아·NYU·FIT·버룩칼리지·스토니브룩 5개 대학교 연합 모임을 만들었다. 임 대표는 "뉴욕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젊은 한인들이 많다"며 "학교나 회사를 통해 만나다, 졸업하고 직장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 아쉬웠다"고 모임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학교 학생회 경험을 빌어 처음엔 학교를 묶었지만, 학교나 소속·종교에 상관 없이 해외에 사는 젊은이들이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모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트가 자리만 만들어주면 게스트들이 모임의 성격을 정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 지난 15일 두 번째 모임에는 별다른 홍보 없이 소문만 듣고 네트워킹을 하겠다고 찾아온 참석자가 400명을 넘었다. 예상했던 수의 두배다. 임 대표는 사람들이 모이면 즐길 수 있는 컨텐트를 만들어 제공한다. 참석자들은 그 컨텐트를 통해 사귀며 관계를 맺는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점심 시간을 활용한 '브라운백 런치' 시리즈를 시작했다. 역시 컨텐트와 자리만 제공해주는 모임이다. 뉴욕에 사는 젊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흥미로운 주제와 만나고 싶은 강연자를 설정해 토크쇼를 만들어 주면 평일 점심 한 시간 동안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멘토들의 이야기도 듣고,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이들 모두 공통분모는 다르지만 사귀기 위해 모이는 목적은 같다. 20~40대, 이들은 또래를 찾아 생산적인 것을 찾아 모이고 서로 사귀며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장지선 기자

 jsj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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