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가뭄이 가져올 '불편한' 시나리오

김완신/논설실장

'주민들은 하나 둘 내륙의 도시를 벗어나 해변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농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웬만한 도시 주민들의 소득으로는 식생활을 해결하기가 어렵다. 해변으로 주민들이 몰리는 것은 그나마 바닷가에서는 물고기로 부족한 식량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가주의 농장들은 농업용수를 경작에 사용하지 않고 높은 가격에 판다. 농사에 필요한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계산할 때 농작물 경작보다 비싸게 물을 파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농작물의 수급이 끊기면서 전반적으로 물가도 오르고 생활이 각박해지면서 범죄는 계속 늘어난다.

지역별 부침도 가속화된다. 인구 밀집지역인 메트로폴리탄도 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급속히 쇠퇴한다. 반면 이제까지 사람들이 발길이 드물었던 오지도 강이나 시내가 흐르고 샘물을 팔 수 있으면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캘리포니아의 인구지도가 물을 따라 재편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 된다.'

앞의 내용은 가주에 극심한 가뭄이 닥쳤을 때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공상과학 소설 같지만 캘리포니아 가뭄을 연구해 온 고고학자 더글러스 켄넨트의 예측에 근거한 상상이다. 물론 이 같은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가뭄을 단순히 물부족 사태로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최근 몇년 사이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LA지역 평균 강우량은 15~16인치다. 2011년 11인치를 기록한 LA는 2012년에는 8인치, 2013년에는 2인치로 줄었다. 특히 올해에는 우기의 반이 지났지만 강우량은 1인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최근에 강우량이 적었던 시기는 1987~1992년 사이의 장기가뭄이다. 현재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뭄은 이보다 더 심해 기상학자들은 100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이라고까지 말한다.

인류역사는 물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4대 문명이 발생한 지역에는 반드시 대하(大河)가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두고 발전했고 중국문명은 황하의 물줄기를 따라 번성했다. 또한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을 기반으로 발원했다. 문명의 역사도 가뭄과 홍수 등 '물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었다.

고고학계의 수수께끼였던 중남미 마야 문명의 갑작스러운 멸망도 극도의 가뭄이 원인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5~7세기에 번성했던 마야 문명은 이후 계속되는 장기가뭄에 힘없이 쓰러졌다. 가뭄이 심한 시기에는 이주와 기근으로 마야 도시의 인구가 90%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당시 최고의 문명을 구가하던 마야도 가뭄에는 무력했다.

가주는 남은 우기 동안 '극적으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위기의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전망한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절수다. 물절약이 순조롭지 않으면 강제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다만 물의 낭비를 감독하는 감시원 제도 등의 여러 방법이 고려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에 대해 물과 경제의 관계를 연구해온 경제학자 데이비드 제틀랜드는 물을 절약하게 하는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물값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계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서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이고 결국 물부족을 극복하는 가장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방안은 자발적으로 물을 절약하는 것뿐이다.

첨단과학 시대에 물부족이 가져올 재앙은 문명이 쓰러질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다. 그러나 물소비가 생활의 중요한 부분인 현대인에게 물부족 사태는 재앙은 아니더라도 재앙 수준의 '불편'인 것만은 분명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