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향기] '고슴도치 딜레마'

양주희/수필가

사람들은 일을 하고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고 이용하고 소모하며 살아간다. 소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소비는 무엇일까.

아마도 따뜻한 마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온정과 사랑을 퍼내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아낌없이 소비해도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들은 신이 만든 것이지만 사람이 만든 것 중에 크고 넓고 품위 있는 아름다움은 따뜻한 마음의 소비일 것이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면 인연의 신비함이 있다. 인연이란 하늘에서 좁쌀 한 알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다가 하필 땅에 거꾸로 박혀 있는 바늘 끝에 탁 꽂히는 것만큼이나 드문 확률이다. 그래서 소중하다. 세상 모든 사람은 인연의 고리로 이어져 알게 모르게 서로 도움을 받으며 산다. 혼자는 살 수 없다. 상대가 있어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아픔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교회 여전도회 회원 17명이 마음과 마음으로 바자나 음식을 만들어 6800달러를 모았다. 개척교회 두 곳과 교인을 위해 쓰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루어졌다.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교회 앞에 진열대를 만들었다. 세탁소에서 찾아가지 않은 옷들을 거두어 팔았다. 자기 일을 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도왔고 서로 기쁜 마음으로 봉사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필요한 옷을 헐값에 사 입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지만 암 투병을 하면서 교회를 지키는 목사님 가정을 위해 조금 드렸지만 그분은 엄청난 큰 자산이라고 하셨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흘린 땀방울을 얼마나 소중하고 긴요하게 쓰셨겠는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서 받은 사랑을 감사하시며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현대 의학에서도 사랑의 징표로 눈빛 대화 스킨십 배려 헌신을 열거한다. 인간관계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풀 수가 없다. 오히려 좋고 싫음의 문제로 해석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 속에서 건강하게 살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것은 현대인들의 대인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고슴도치들이 겨울을 날 때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 가시에 찔리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얼어 죽는 상황을 빗대어 말했다. 사람들이 너무 가깝게 지낼 경우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여는 순간 상처를 입고 다시 아물고 또 다시 상처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고슴도치 가시가 아무리 날카로워도 새끼를 젖 먹여 키우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앞가슴 쪽에는 가시가 없기 때문에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데 방해될 게 없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옆구리나 등이 아닌 앞가슴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면 얼마든지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이웃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의 소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고갈되지도 않을 것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