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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연아 은메달과 오서 코치

원용석/사회부 차장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연아가 18년 피겨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의 스승이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김연아와 갈라선 뒤 키운 일본 피겨 선수 하뉴 유즈루가 일본 피겨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싱글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서는 지도자 입문 후 단 두 번의 올림픽에서 남녀 싱글 선수의 코치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이제는 서로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여전히 김연아가 가장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서 코치다. 김연아는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삼고초려 끝에 오서를 코치로 영입했다. 김연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가장 힘든 일이었다.

김연아가 오서를 처음 만났던 것은 약 8년 전인 2006년 여름.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댄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당시 점프가 불안했던 김연아를 돕기 위해 오서에게 잠깐 봐달라고 부탁했던 게 인연이 됐다. 명선수는 명코치를 알아봤다. 비록 2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서의 지도라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김연아는 직감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오서는 현역선수였고, 코치로 전향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래도 김연아 모녀는 설득을 거듭했다. 오서는 "코치 전향은 곧 현역은퇴를 의미한다"면서 계속 거절했다. 한국내 피겨스케이팅의 낮은 인지도도 오서를 꺼리게 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오서는 "코치와 선수를 겸할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기자는 "심하게 말하면 (김연아 모녀가) 강제협박 수준으로 오서를 기어이 코치로 만든 것"이라고 썼다.

오서는 코치 제의를 거절하고 아이스쇼 투어를 위해 떠났다. '이젠 포기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아이스쇼가 끝날 때까지 김연아와 박미희씨는 5개월을 기다렸고, 다시 오서를 찾아갔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세 번이나 그의 초가집으로 찾아갔던 것처럼.

결국 모녀의 공에 오서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현역 생활을 마치고 코치가 됐다. 연아-오서 콤비는 첫 시즌에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년 뒤 세계선수권 챔피언, 그리고 2000년 밴쿠버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오서에게는 두 번의 큰 아픔이 있었다. 그는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봐 조마조마해 했다. 평생 숨기겠다고 다짐했지만 과거 남자친구로부터 고소당하면서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리고 아끼던 제자 김연아와 갈등끝에 갈라서게 된 것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한 사람의 적성은 30%의 선천적인 재료, 나머지는 후천적인 환경과 경험이 모여서 구성된다고 한다. 선천적인 적성이 뛰어나도 개발하고 교육하지 않으면 숨은 적성이 되고 만다. 이런 점에 있어 김연아의 선천적인 적성을 간파한 어머니 박미희씨, 또 자신의 선수생활까지 포기하고 김연아를 '살아있는 최고의 예술품'으로 완성시켰던 오서는 한국 피겨사에 영원히 기억될 인물들이다.

김연아와 오서 코치가 다시 웃는 모습으로 화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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