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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호가호위' 자식들의 최후

이기준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B.C. 560년 그리스 아테네의 페이시스트라투스(Peisistratus)는 무력으로 타이라노스(Tyrannos)를 점령한다.

곧 이어 대규모 학살이 시작된 것은 물론이었다. 그의 뜻에 조금만 거슬리는 시민들은 일가족이 몰살을 당하곤 했다. 특히 그의 두 아들(Hippias·Hipparchus)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부친의 무력을 등에 업고 민중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하거나 학살했다. 그들은 ‘곤봉잡이 친위대’ 를 조직해 수많은 귀족을 포함한 국민들을 때려죽였다. 타이라노스는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

영어의 ‘잔악무도한’ ‘공포의’를 뜻하는 ‘tyrannous’ 와 ‘폭군’ 을 뜻하는 ‘tyrant’ 는 여기서 유래했다.



두 아들의 포악한 만행에 참다못한 귀족과 민중들이 목숨을 걸고 일어났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결국 이들을 모두 잡아 처형했다.

수많은 정적을 학살하고 국민들을 탄압해 1956년 대통령에 재선됐던 니카라과의 아스타시오 소모사 장군. 그에게도 소통령과 방위사령관으로 불린 두 아들이 있었다. 이들 역시 애비의 후광으로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다.

그러나 소모사가 재선축하 군중대회중 총에 맞아 암살당함으로써 곧 끝나고 말았다.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서 제 분수를 모르고 설친다’ 는 뜻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오늘 날 정치판에서 많이 회자되는 고사성어다.

자신은 별다른 재능이나 힘도 없으면서 배경을 믿고 함부로 날뛰거나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 초(楚)나라 선왕(宣王)과 소해휼(昭奚恤)이라는 장수에 관한 고사다.

그러나 동양에서 뿐 아니라 위의 경우처럼 서양에서도 아주 비근한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연합군에 의해 사살당한 것으로 밝혀진 이라크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쿠사이 형제야 말로 이 고사성어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우다이(39)는 부친의 정권유지와 자신의 사욕을 위해 수많은 정적을 학살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에게는 잔인하게 화학무기 살포로 대량 학살해 후세인의 신망을 샀다.

실제로 이라크 권력의 2인자 노릇을 하며 회의중 반대의견 제시자는 권총으로 쏘아죽이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은 유부녀건 가리지 않고 잡아가 성폭행을 일삼았다.

오죽하면 스스로 ‘아브 사르한(늑대)’ 으로 불리기를 좋아했을까. 게다가 화장실 수도꼭지까지 금으로 장식하고 2백여대의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굴리는 등 호화사치 역시 극에 달했다.

사저에는 수천만 달러를 감춰두고 있었다.

이라크 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축구협회장을 맡으면서 국제경기에서 패한 축구선수들을 잔혹하게 고문한 바도 있다.

신문·방송 등 언론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형에 비해 비교적( ) 온화한 것으로 알려졌던 쿠사이(37) 역시 잔악성은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부친의 정적인 시아파 봉기에 대해 독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해 학살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 역시 ‘감옥청소’ 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정치범들을 살해해 암매장했다.

특히 감옥에서 전기톱으로 토막내고 분쇄기로 뼈를 부수는 장면을 즐겼다니 도무지 인간같아 보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페이시스트라투스와 소모사의 아들들, 우다이·쿠사이는 모두 형제들에 의한 경우였다.

형제는 용감했다( )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들은 폭군이나 독재자 아비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역사에 성군(聖君)의 자식들에게 이런 경우란 그래도 드물기 때문이다.

아비의 죄와 그에 따른 무서운 형벌이 자손 대대로 이어질 것이다.

어쨋든 역사에서 실증되듯 폭군들과 마찬가지로 아비 배경을 등에 업고 날뛰는 호가호위의 폭군 자식들의 말로는 역시 비참한 것이었다.

이들이 한결같이 존경(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짧더라도 굵게 살겠다’ 라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지만 그래도 이같이 짧고 굵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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