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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슴 떨릴 때, 다리 떨리기 전에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넓은 세상을 두고 참 좁게도 살았다. 오피스에, 한인타운이라는 테두리에 있었다. 여행은 항상 계획에서 끝났다. 미루기만 했었다. 다음 달에 가야지, 내년에 가면 되지 하며 한 해 한 해 후회만 쌓여가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극적(?)으로 달라졌다. 가까이에 있는 꽃을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됐고 바라만 보던 해변에 발을 담가보게 됐다.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기도 했고 굽이굽이 산을 넘어 오프로드를 달려도 봤다. 레저를 담당하게 되면서부터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상을 넓게 보게 됐다. 아직 멀리 가보지도 못했지만 조금씩 나만의 세상을 넓혀가며 여행의 맛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달라졌다. 요즘 즐겨보는 프로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다.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균 연령 76세인 할아버지 배우들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배낭여행을 재미있게 풀어나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여행을 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던 사람들을 벌떡 일어나게 했다. 배낭을 싸도록 만들었다. 중장년층들에게도 배낭여행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나영석 PD는 얼마 전 타이완 관광청으로부터 '타이완 관광 공헌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타이완 배낭여행에 관한 방송이 나가면서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까지 타이완 배낭여행 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의 여배우들과 함께했던 꽃보다 누나의 여행지인 크로아티아 역시 대박이 났다. 여행사와 가이드들이 꽃누나 출연진이 다녔던 여행 코스를 똑같이 따라가는 여행상품을 만들 정도다.

8년차 장수프로그램인 1박2일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국 캠핑 관련 상품 판매를 크게 증가시켰다. 물론 이런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갈린다.

TV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본인도 직접 여행을 떠나는 쪽이다. 어느 쪽이든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에 품고만 있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면 됐다. 하지만 좀 더 욕심을 내보자면 후자를 택했으면 한다.

동료 기자 중 한 명이 올해 세운 중요한 계획 중 하나가 여행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 취재 갔다가 만난 한 70대 할아버지의 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노년에 여행을 다니고 살겠다며 젊은 시절 열심히 돈만 모았다. 그리고 계획대로 돈은 충분히 모은 후 여행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후회했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에 그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말했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가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가는 거라고. 세상은 넓다. 아직 가슴이 뛰고 있다면 올해는 계획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깨알 같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지 말고 깨알 같은 감동을 주는 레저 기사를 써라"라며 조언해준 선배에게 감사하며 올 한해 중앙일보 레저면 기사를 읽는 한인들의 엉덩이가 들썩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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