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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7.27 정전협정 기념일' 유감

송의용 뉴욕 중앙일보 편집위원

세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의문 중 하나가 우리 한국의 국경일과 각종 기념일에 대한 역사적·현실적 경중의 판단과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사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역사나 시간의 흐름에도 원인적 사건과 결과적 사안이 있다. 역사는 기(起)-승(承)-전(轉)-결(結)의 흐름이다.



기념일의 불균형





한국의 국경일은 끝이 ‘OO절’로 끝나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4개이다. 이에 무슨 경중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이중 광복절을 가장 성대하게 기념한다. 아마 한국의 역사에서 가장 기쁜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광복절을 있게 한 원인(起)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초등학교 때부터 ‘한일합방’이라고 배운, 나라가 망한 날, 8월29일 국치일이다. 이것을 기-승-전-결로 연결하면, 국치일-삼일절-광복절과 제헌절 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승-전-결 중 원인(起)인 국치일은 기념하지 않으면서 결과(結)인 광복절은 최고의 국경일로 경축한다.

어찌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망한 슬픔과 원통함보다는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기리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슬픈 날보다는 기쁜 날, 나쁜 날보다는 좋은 날을 기념하려는 것은 자연스런 감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국경일은 아니지만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6·25,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이 경우엔 반대가 되는 것이 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다. 6·25의 결과는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의 조인이다.

안타깝게도 전쟁을 종식시킨 것은 아니더라도 더 이상 총을 쏘거나 피를 보지는 말자고 합의한 날이다. 기쁜 날이다.

그러니 기쁨이나 역사의 결(結)을 중시하여 국치일보다는 광복절을 더 크게 경축하듯이, 같은 논리로 6.25동란 발발 기념일 보다 7·27 정전기념일을 더 기념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일텐데, 우리는 반대로 6.25는 “잊지말자 6·25” 구호 외치며, 7·27은 별행사 없이 흘려 보내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이러한 단순 비교는 기념일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뒤로 밀쳐놓은 치기어린 하급논리일 것이다. 우리가 어찌 6·25를 잊을 수 있을 것인가.

6·25는 군인 77만 6천여명이 죽거나 다치고 민간인만도 250만명의 사상자가 났으며 무려 1천만명의 이산가족을 낳은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자, 현대 세계사에서 다섯번째로 큰 전쟁이다.

결코 잊을 수도 없고 또 잊어서도 안될 날이다.



냉전적 사고 버릴 때



6·25를 잊지는 말되 7·27 정전기념일을 더 의의 깊게 치러야 하지 않을까.

국치일은 잊고 8·15를 경축하면서도, 7·27은 잊고 6·25를 크게 강조한 것은 아마도 냉전구도의 산물일 것이다. 당시의 상황과 사회적 필요성만을 중시한 국가 지도자의 눈과 지혜, 지도력의 한계였을 것이다.

역사는 흐르는 것이다. 역사는 기억해야 하되, 아픔은 치유돼야 하고 분열·대립은 단결·화합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밝은 긍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후대의 의무이다. 그래서 지금은 평화와 통일을 논의 할 때인 것이다.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



그 7·27 이 올해는 50주년을 맞았음인지 한국과 미국 곳곳에서 예년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기념식을 갖고 6·25의 역사성과 교훈을 되새기고 민족의 앞날을 걱정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대신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도 컸다.

평화협정, 좋은 얘기다. 희망적인 앞날이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이 진정으로 변해야 한다. 핵을 포기해야 한다.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핵탄두를 형제의 목밑에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협정 운운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도 미국도 정전협정의 ‘보편적’ 정신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북한이 하루빨리 종전의 적화통일 정책을 버리고 핵을 폐기하고, 미국도 힘에 의한 일방주의를 수정함으로써, 내년 7·27 정전기념일을 역사의 기→결에 맞게 8·15만큼 성대하고 의의 깊게 치름으로써 새 역사를 만들어 갔으면 정말 좋겠다. 희망으로서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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