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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응답하라, 까마귀

정구현/사회부 차장

많이들 참았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한인들의 불만은 깊고 숱했다.

본지 창간 40주년 기획기사 '응답하라 311' 보도가 나간 뒤 편집국에는 1주간 30여건의 제보가 몰렸다. 기사의 목적은 각 지역정부의 민원서비스 전화 311에 불편함을 신고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한 한인들을 대신해 정부의 응답을 요구하는 기사다.

두 편의 기사를 썼다. 시정부가 7년째 도로 청소를 하지 않아 쓰레기가 쌓였다는 민원을 우선 해결했다. 또 초등학교앞 불법노점상 철거와 도로의 절반을 가리고 있는 대형 가로수 문제도 기사화 한 뒤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쓰지 못한 고발들은 날마다 반복된 일이어서 일상적이지 않다.

"까마귀떼 짖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배수로가 막힌 지 몇 개월째입니다", "쥐가 많습니다", "옆집에 쌓인 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심해요", "지워도 지워도 계속 낙서를 합니다", "공사한다고 길을 파놓고 메우질 않아요"….



물론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니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고백하건대, 그래서 그간 이런 민원을 숱하게 받았으면서도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그런데 귀를 여니 눈도 열렸다. 민원을 해결하자니 원인에 접근해야 했다. 감감 무소식인 311 신고전화의 이면에는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와 비효율적인 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가로수 뿌리'가 전형적인 예다. 가로수 한그루에는 여러 규제와 정부기관의 책임이 얽혀있다. 행정조례상 가지 손질은 시정부 책임이지만 뿌리 손질은 건물주 책임이다. 설사 건물주가 자비를 들인다해도 손질 과정은 쉽지 않다. 시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10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 남가주 토종 오크나무(Oak), 검은 호두나무(Black Walnut) 등 일부 보호종은 손질조차 금지되어 있다.

관리상의 효율성도 문제다. LA시정부에 따르면 시 전역의나무는 1000만 그루에 달한다. 이중 20% 정도인 200만 그루가 시정부 책임이다. 그중에서도 가로수는 70만 그루로 6700마일 거리의 도로에 넓게 심어져 있다. 수가 많다보니 3개 부서가 맡고 있다. 가로수 조성과 검사 및 판독은 삼림관리부가, 가지치기는 삼림관리부와 거리청소부가 함께 하고, 나무 수거는 위생국에서 한다. 관리를 나누면 일이 쉬워져야 하는데 반대 효과가 생겼다. 업무가 겹치다보니 부서간에 떠넘기기가 많아 뿌리 하나 손질하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다.

각 담당부서에 뿌리 손질을 의뢰했다. 답은 한결같다. "예산 때문에…" 삼림관리부의 홈페이지에는 아예 한계를 시인하고 있다. '가지치기는 예산이 허용되는 한도내에서….'

그래도 절망스럽지는 않다. 3개 담당부서의 본부인 공공사업국(DPW)은 본지의 '응답하라 311'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민원을 대신 해결해주겠다"고 큰소리 칠 수 있었던 이유다. 행정상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부측 해명이나 설명도 기사에 담을 예정이다.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 왜 늦는지는 정부나 시민 모두에게 필요한 답이다.

응답하라 311로 접수되는 한인들의 제보는 사실 반드시 해결을 요구한다기보다 호소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까마귀떼가 찾아오는 것을 어떻게 완벽하게 해결해줄 수 있겠나.

지난 연말 2013년 마지막 칼럼으로 '바로잡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오보를 썼다면 바로 잡는데 주저하지 말고, 취재할 때 바로 잡아야 할 일들에 눈감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었다. 이번 시리즈가 그 약속을 지키는 독자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끙끙 앓지 않아도 된다. 그만하면 많이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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