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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본 그곳-서유럽]에펠탑서 세느강을 바라보며...

[LA중앙일보] 발행 2003/08/09 라이프 3면 기사입력 2003/08/08 14:31

윤태업<정스백화점내 윤스시계점 대표>

유럽여행.

남들은 이미 한두차례 가봤다는 곳이라지만 아내와 나는 ‘이민 30주년 및 결혼 35주년 기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제서야 찾게됐다.

타운내 아주여행사의 그룹관광에 합류해서다.

서유럽에 국한된 것이었지만 9박10일의 일정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럽 곳곳의 명소는 실로 벅찬 감동을 가져다줬다.

우리일행은 적게 27세에서 많게는 68세되시는 커플 등으로 구성됐다.

호텔에서, 명소를 찾으면서 또는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인생의 동행인이 돼 자연스럽게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성공적인 이민 삶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모두들 마치 자신의 일인 것 처럼 함께 기뻐했다. 그래서 더욱 즐겁고 의미있는 유럽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영국 런던을 향해 LA국제공항을 출발한 날은 지난 7월3일.

다른 곳으로 이동할때마다 현지 언어에 능통한 가이드가 나서줘 우리의 여행길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서울에 한강을 낀 한강대교가 있듯, 런던에는 테임즈강을 낀 타워 및 런던브릿지가 있고 파리에는 세느강변의 에펠탑이 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제네바에는 레만호수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타운이 형성돼있고 그곳엔 유명한 롤렉스 시계본사가 있다.

시계의 황제 파텍 회사의 간판도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내뇌리에서는 결혼해서 처음 경영했던 나의 가게 ‘제네바 시계점’ 시절의 편린들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느덧 나의 유럽 여행길은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의 고향 부산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유럽명소의 이름들이 나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옛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이리라.

나의 청년시절.

부산 토성동에는 중앙성결교회가 있다. 당시 내나이 24세였지 않았나 싶다. 가을 부흥회가 열려 타교회 교인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모여대생이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가 성경과 찬송가책을 분실한 사건이 발생했다.

청년회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나로서는 너무 미안한 나머지 새책을 마련해주려 했지만 그학생의 경우 학생증까지 잃어버린 상태인지라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문제의 학생 소지품들은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예배가 끝난 그날 저녁이었다. 성경을 비롯한 학생 소지품들이 인근 골목집 담장위에 고스란히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해서 다음날 아침 책과 학생증을 돌려주기 위해 그 여대생과 개별적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그 장소가 ‘세느 제과점’이었다.

그리고 날은 흘러 부흥회가 끝났다. 그 여대생은 자기 교회로 돌아갔고 그후 나는 군대에 입대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그 여대생과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쯤에서 짐작이 가겠지만 이번 유럽여행에 함께 한 아내가 바로 그 여대생이었다.

또한 당시 나에겐 큰 꿈이 있었는데 시계의 본고장인 스위스로 유학가 시계 기술의 대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당시 나의 형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시계를 무척 좋아했던 나는 입대전부터 익혀온 시계기술을 살려 제대후 부산 대청동에 ‘제네바 시계점’을 개업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온 유럽여행의 현장. 중년을 넘어선 우리 부부는 파리 에펠탑 정상에 올라 감회어린 감정을 억누르며 사면 팔방을 둘러봤다.

약 40년전 부산 세느 제과점에서 책과 학생증을 돌려주고 받느라 처음 만났던 우리가 지금 진짜 세느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세느 제과점 간판에는 에펠탑이 그려져있었지, 아마···.”

흔히 말하길 서양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이라는 유럽.

하지만 아내와 나에게는 우리의 옛추억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또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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