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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치맥열풍, '닭'은 어디로 갔나

김완신/논설실장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이 드라마가 몰고 온 중국의 한류열풍은 8일자 워싱턴포스트 1면에도 소개됐다. 극중 여주인공이 '치맥'을 언급하면서 중국 온라인에인기 검색어로 2억50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치킨과 맥주의 인기가 치솟았다고 신문은 전한다. 장쑤성에 사는 임신부는 매일 밤 치킨과 맥주를 먹다가 유산 위기에 놓였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소개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이제 한국의 치맥이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알려지게 됐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합한 신조어다. 한국어를 관장하는 국립국어원은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지만 치맥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대중의 언어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국어학자 남기심 교수는 신조어 또는 신어를 "이미 있었거나 새로 생겨난 개념이나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지어낸 말, 그리고 이미 있던 말이라도 새 뜻이 주어진 것을 통틀어 일컬으며, 다른 언어로부터 사물과 함께 차용되는 외래어도 포함된다"라고 정의한다.

새롭게 말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대략 3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물건이나 개념을 지칭하기 위해 말을 짓거나 다른 언어에서 차용하는 경우다. 첨단기술과 관련된 과학용어가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특정 사회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말을 조합해 만드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기러기아빠'는 조기유학이 급격이 늘어나면서 생긴, 예전에 없던 말이다. '기러기'와 '아빠'의 결합이지만 뜻은 교육을 위해 자녀와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고 혼자 사는 아버지를 칭한다.

셋째는 기존 말의 의미를 바꾸거나 축약한 경우다. '사오정'은 중국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캐릭터지만 현재는 45년 정년 또는 말귀를 못알아듣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또한 생일선물을 '생선'으로, 명예퇴직을 '명태' 등으로 줄여 전혀 새로운 말을 만들기도 한다. 생일선물은 단순 줄임말이지만 명예퇴직은 '명퇴'로 줄인 후 발음 또는 의미의 편의성을 택해 '명태'로 변화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런 신조어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의 국어사전에는 이미 등재돼 있다.

신조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최근 청소년 네티즌들이 만드는 신조어가 많은데 비속어가 대부분이라 거부감이 크고, 통용도 소수에 국한된다. 결국 이런 신조어들은 특정 집단에서만 사용될 경우 대중성을 얻지 못해 은어로 전락한다. 특히 일부 연령층의 신조어는 다른 연령층에게는 통용되지 않아 세대간 단절을 초래하기도 한다.

신조어는 대개 10년을 넘지 못한다. 마치 유행가처럼 한순간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다 사라진다. 신조어의 생명력은 대중적 공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수가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도 말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기존의 말도 소리없이 진화한다. 말의 생성과 소멸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다. 다만 신조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문법과 조어방식이 철저히 파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순수 우리말은 보호돼야 한다.

한국에서는 '닭'을 대신해 '치킨'이 어린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치킨'과 '닭'이 혼용된 국적불명의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사람들의 입에서, 메뉴판에서 닭이 사라지고 있다.

'닭'은 '닭고기'처럼 뒤 자음과 결합할 때 [닥]으로 발음되지만 '닭을'처럼 뒤에 모음이 결합되면 [달글]로 발음된다. 또 암수를 구별할 때는 '암탉, 수탉'으로 바뀌어 혼동을 준다. 하지만 읽고 쓰기가 까다롭다고 해서 '치킨'이 '닭'을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말이 점점 퇴출당하는 시대에 '닭'까지 몰아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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