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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렇게 바쁜데 설교준비는 언제 합니까

[LA중앙일보] 발행 2014/03/1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03/14 18:01

장열/기획특집부 종교담당

존 맥아더 목사(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는 미국 교계와 언론이 꼽는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 중 한 명입니다. 최근 맥아더 목사와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45년째 한 교회만 시무했습니다. 목회자는 오직 맡겨진 양떼를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 프로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유망한 풋볼선수였습니다. 무릎 부상 때문에 그만뒀지만, 과거의 이력 때문인지 75세란 나이에도 몸집이 꽤 크고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는 소탈하고 겸손했습니다. 집무실에도 책상, 책장, 의자 몇 개가 전부입니다. 별명은 '조니 맥(Johnny Mac)'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교인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그에게 친구처럼 별명도 부릅니다. 한인 교계에선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그는 인터뷰 전 인근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세계적인 목회자임에도 권위적인 모습이나 딱딱한 격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실제 대화를 나눠보니 이웃집 자상한 할아버지 같습니다.

맥아더 목사는 매우 바쁩니다. 그러나 한인 목회자들의 '바쁨'과는 성질이 다릅니다. 그는 본인을 담임목사가 아닌 '설교가(preacher)'라 지칭합니다. 반드시 20시간 이상을 설교 준비에 보냅니다.

맥아더 목사의 신학적 성향을 떠나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으니 어떻게 사람들이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종교담당 기자로서 한인교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목회자들에게 늘 갖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교계 단체 맡으랴, 각종 행사 참여하랴, 교회 운영하랴, 관리전략 세우랴, 도대체 설교 준비는 언제하고 성도와는 언제 교제합니까.

사실 그들의 하는 일을 보면 '목사'라기보다 CEO 입니다. 기자도 그들을 만나려면 비서실을 통해야 하는데, 일반 교인들은 어떨까요.

맥아더 목사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방법으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목회자보다 한인교회 목회자를 만나는 게 더 힘들다는 건 분명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요즘 목회자들이 각종 문제로 자꾸 넘어집니다. 가만히 보면 그들에겐 쉼과 재충전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수년을 보내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고, '실제의 나'와 '대외적 나'의 괴리는 더욱 커집니다. 결국 혼자 고립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스스로 갇힙니다. 끝내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력까지 상실되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맥아더 목사가 수십 년간 한 교회만 섬기며, 굳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설교 준비에 있었다고 봅니다. 회중에게 제대로 된 설교를 하려면 먼저 자신이 그 가치에 대해 충분히 묵상하고 이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설교준비란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목적을 넘어, 우선 목회자 자신에게 성경을 통한 쉼과 충전일 겁니다.

세계적인 유명 목회자의 대단한 노하우가 아닙니다. 지극히 일반적이면서 연륜이 묻어나는 할아버지 목사의 일상일 뿐입니다. 한인교계에도 CEO가 아닌 '목회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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